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중동 정세 불안으로 채권시장이 출렁이자 한국은행이 3조원 규모 국고채 매입 카드를 꺼냈다. 금융당국도 금융시장 취약 요인을 점검하며 시장 안정 대응에 나섰다.
11일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경쟁입찰 방식으로 국고채 3년·5년·10년물을 총 3조원 규모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시장 안정 목적의 국고채 단순매입은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 경색이 발생했던 2022년 9월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이다.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금리가 회사채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한다. 한국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국고채 금리 상승세를 억제하면 회사채 금리 상승 압력도 완화돼 기업 자금조달 시장의 경색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금융시장 안정 목적의 가장 강도 높은 대응 조치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이번 조치는 중동 무력 충돌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진 상황에서 이뤄졌다. 브렌트유 가격은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했고, 이에 따라 글로벌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국내 국고채 금리 역시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하루 사이 상승 폭이 상당해 실제 매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유가 상승 등으로 채권시장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 시장 안정화 조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은의 개입 이후 국고채 금리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283%로 전 거래일 대비 13.7bp(1bp=0.01%포인트) 하락했고, 10년물 금리도 연 3.629%로 11.1bp 떨어졌다. 중동 사태 이후 3년물은 9일 종가 기준 3.42%까지 치솟으며 1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10년물도 3.739%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당국 역시 금융시장 전반의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연구기관·신용평가사·증권사 리서치센터 등 시장 전문가들과 ‘금융시장 리스크 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 위원장은 중동 사태 장기화 등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시장·업권·산업별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외부 충격에 취약한 금융업권이나 고위험 금융상품 등 금융시장 내 이른바 ‘약한 고리’를 식별하는 리스크 분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채권시장과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가동 중인 ‘100조원+α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시장 상황에 따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시장 불안 요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채권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고채 금리는 회사채 발행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 역시 함께 올라간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신용도가 낮은 한계기업 등 자금시장 의존도가 높은 부문부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경우 정책 대응이 추가로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중동 사태 전개와 채권시장 변동성 추이에 따라 추가 국고채 매입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시장 안정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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