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16년 ①] '알뜰' 단어 처럼 정말 '알뜰'할까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1. 경기 동두천에 거주하는 A씨는 출장으로 인해 자차를 끌고 전국을 누빈다. 가끔은 돌발적 변수로 회사에 유류비를 청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빈번하다. 갈수록 기름값 부담이 늘어나다 보니 이동 중 보이는 알뜰주유소를 종종 찾게 된다.

#2. 충남 서산에 거주하며 주말부부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B씨. 주말 서울에 있는 집까지 평균 130㎞ 거리를 이동한다. 왕복으론 260㎞가 넘는 셈. 평일에도 차로 출퇴근을 이어가 기름값 부담이 적지 않다. 일반주유소의 여러 할인 혜택을 이용하기 때문에 알뜰주유소를 자주 이용하진 않지만, 최근 높아져만 가는 기름값으로 알뜰주유소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이란 사태' 치솟는 기름값

그야말로 고유가 시대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주간 평균 가격이 10주 연속 하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갑자기 며칠 사이 가격이 치솟았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에 공격을 시작하면서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07.31원으로 전일 대비 4.64원이나 상승했다. 서울 평균으론 1949.13원이다. 휘발유 2000원 시대가 점점 다가오는 모습이다.

경유는 더 심각하다. 전국 평균 1931.91원으로 전일보다 5.45원 올랐다. 서울 평균으론 1971.18원이다. 휘발유보다 25원 정도 비싸다. 이미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선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2000원이 넘는 주유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알뜰주유소는 이름부터 눈길을 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운전자들은 기름값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 알뜰주유소를 찾는다. 알뜰주유소가 등장한 지도 벌써 1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면 알뜰주유소는 이름처럼 정말 '알뜰'했을까.


◆일반주유소보다 '낮은 가격' 배경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지난 2011년 석유제품 시장의 과점 구조를 완화하고,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꺼낸 정책 카드다.

기름값의 높은 가격 요인으로 당시 정유사 중심의 수직 계열화 유통망이 지목됐다. 알뜰주유소는 이를 보완할 유통 채널로 한국석유공사·한국도로공사·농협경제지주가 참여한 공공 성격의 주유소 모델인 셈이다. 석유공사 '자영 알뜰주유소' 외에도 고속도로 주유소 브랜드인 'ex-OIL', 농협 주유소 브랜드인 'NH-OIL'이 모두 알뜰주유소에 포함된다.

알뜰주유소의 가격 경쟁력은 공급 방식에서 비롯된다. 석유공사 등이 정유사를 대상으로 경쟁 입찰을 진행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로부터 1년 단위로 대량 구매하는 구조다. 공동구매를 통해 공급 단가를 낮추고,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마진을 최소화한다. 

여기에 사은품 제공을 제한하고, 셀프 주유소 운영 비중을 높여 인건비 등 운영 비용도 절감한다. 이런 구조 덕분에 일반주유소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오피넷을 살펴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정유사상표 전체와 비교해 알뜰주유소 전체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평균 31.93원 저렴했다. 경유로 보면 평균 32.26원 차이다.

작년 말 기준 전국 알뜰주유소는 총 1318개소다. 전체 주유소의 12.3%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석유공사에서 관리하는 자영 알뜰주유소는 395개소다. 도로공사의 ex-OIL은 209개소, 농협의 NH-OIL은 714개소다.


◆운전자들 현장 체감은?

"퇴근길에 자주 가던 알뜰주유소가 있었다. 하루는 줄이 너무 길어 다른 주유소에서 주유하자는 생각에 일반주유소를 찾았다. 오히려 이곳이 알뜰주유소보다 기름값이 저렴했다. 국가 혜택을 받는 알뜰주유소 모두가 일반주유소보다 싼 건 아닌 것 같다." - A씨

"이미 일반주유소에서 신용카드 할인 등 여러 혜택을 이용하기에 리터당 60~180원 정도 할인돼 알뜰주유소보다 저렴하게 주유한다. 그럼에도 기름값이 너무 높아 알뜰주유소에 눈길이 가지만, 각종 혜택을 두고 비교하면 알뜰주유소의 가격 이점이 크게 없는 것 같다. '알뜰'이라는 단어가 소비자에게 저렴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알뜰폰'처럼 피부에 와닿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박리다매 콘셉트를 잡아 정부를 등에 업고 이익을 좇는 주유소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 B씨

이처럼 정부의 노력과는 다르게 운전자 사이에선 알뜰주유소의 가격 이점을 체감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중형차에 휘발유를 가득(약 60리터) 채우면 앞서 밝힌 연간 평균가(2023~2025년·31.93원) 기준 총 1915.8원 차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00원 할인을 목표로 시작한 알뜰주유소 정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운전자들도 리터당 가격이 100원 가량 싸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른다. 알뜰주유소가 일반주유소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느끼기 위한 체감 기준이라는 이야기다. 


◆"과다 인상 시 사업권 박탈"

이같은 소비자 체감과는 별개로 사업 운영측은 공공성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알뜰주유소 중 자영 알뜰주유소 사업을 관리하는 한국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일 기준 정유 4사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905원이었지만, 자영 알뜰주유소의 가격은 1835원으로 집계됐다. 70원 싸게 판 것"이라며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보더라도 휘발유는 약 54원 더 싸게, 경유는 약 55원 더 싸게 공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유소의 소유권은 각자 개인 사업자 사장님들이 갖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인허가나 관리를 하는 게 석유공사다. 판매가를 과도하게 인상하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면 주유소 평가를 통해 계약 해지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해줘 기름값을 싸게 공급할 수 있다 보니 전체 주유소를 알뜰주유소가 리드하는 부분이 있어, 정유 4사도 가격을 임의로 쉽게 올릴 수 없는 구조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기름값 급등을 두고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자, 최근 석유공사는 전국 알뜰주유소에 '판매 가격 과다 인상 자제 요청'이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석유공사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최근 일부 알뜰주유소가 판매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며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2월28일 이후 가격 인상 폭이 현저히 높거나 과다 마진을 취하는 등 국가 정책에 부응하지 않는 주유소는 추가 할증, 평가 감점, 계약 미갱신 등 필요한 관리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근 매입한 물량에 대해서는 향후 가격 상승 전망을 이유로 매입 단가 대비 과도하게 인상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 바란다"며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 운영하는 알뜰주유소의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첨언했다.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사업자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는데, 사업자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릴 경우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사업권을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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