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르노코리아에게 '필랑트(FILANTE)'는 단순한 신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최근 몇 년 사이 르노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이 꽤 많이 약해졌다. 그런 르노코리아에게 필랑트는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중요한 카드다. 전동화 흐름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르노코리아가 필랑트를 통해 노리는 지점은 분명하다.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형태. 그리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디지털 중심 실내 구성을 더해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것.

더욱이 필랑트는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글로벌 모델이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는 말이다. 그만큼 르노그룹도 이 모델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다. 르노코리아의 다음 단계를 보여줄 상징적인 모델. 필랑트를 시승했다.
◆낮고 길게 뻗은 외관·실내는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
필랑트는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를 차체 비율 전반에 반영했다. 전장 4915㎜, 전폭 1890㎜, 전고 1635㎜의 비율은 SUV의 높은 자세보다 세단에 가까운 실루엣을 만든다. 낮아진 전고와 쿠페형 루프라인, 공기역학을 고려한 급경사의 리어 윈도우. 확실히 눈에 띈다. 전형적인 SUV 논리에서 벗어나 세단의 안정감과 SUV의 활용성을 동시에 잘 담았다.
전면부 그래픽도 강렬하다. 중앙에는 르노의 상징인 로장주 엠블럼이 자리 잡고 있고, 이를 중심으로 일루미네이티드 시그니처 라이팅이 펼쳐진다. 시동을 켜는 순간 로고와 램프가 함께 점등되면서 필랑트가 깨어난다.

그릴 상단부는 차체 색상과 동일하게 마감됐고 하단부는 유광 블랙으로 처리됐다. 두 영역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전면부 전체가 하나의 그래픽처럼 보인다. Full LED 헤드램프는 차체 라인과 정교하게 연결돼 있어 복잡한 장식 없이도 입체적이다.
크로스오버답게 전면에서 시작된 라인이 뒤쪽으로 이어지면서 점점 날렵해진다. 루프는 후면으로 갈수록 낮아지고 그 끝에는 플로팅 리어 스포일러가 자리 잡는다.
후면은 섬세하다. 입체적인 테일게이트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차체 양 끝으로 넓게 펼쳐진 LED 리어램프는 시각적으로 차폭을 넓어 보이게 만든다. 에스프리 알핀(Esprit Alpine) 트림에는 메탈릭 블랙 루프와 글로시 블랙 어퍼 테일게이트가 적용됐다. 차체 상단을 블랙 컬러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차체가 한층 낮고 스포티하게 보이는 효과를 만든다.

실내는 르노가 강조하는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 콘셉트 기반으로 설계됐다. 탑승공간을 단순한 운전 공간이 아니라 휴식과 디지털 경험이 함께하는 라운지로 만들었다.
휠베이스는 2820㎜이며 뒷좌석 무릎 공간은 320㎜, 헤드룸은 최대 886㎜ 수준이다. 실제로 앉아 보면 2열 공간 여유가 꽤 넉넉하다. 시트는 헤드레스트 일체형 구조의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시트가 적용됐다. 전 트림에 친환경 나파 인조가죽이 사용되며, 알핀 트림에서는 삼색 라인 장식과 로고 라이팅이 더해진다.
대시보드에는 세 개의 12.3인치 화면이 연결된 openR 파노라마 스크린이 배치됐다. 운전석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 동승석 디스플레이가 하나의 화면처럼 이어지면서 실내 분위기를 디지털 중심으로 바꾼다.

개방감도 눈에 띈다. 면적 1.1㎡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가 적용돼 탑승공간 전체가 밝게 느껴진다. 외부 열 차단을 위한 이중 은 코팅과 솔라 필름이 적용돼 쾌적성도 고려됐다. 트렁크공간은 기본 633ℓ,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2050ℓ까지 확장된다. 패밀리 SUV 역할까지 고려한 구성이다.
◆'하이브리드 E-Tech'의 균형 잡힌 주행
이번 시승은 르노코리아 플래그십 트림인 에스프리 알핀 모델로 진행됐다. 약 73㎞ 코스는 울주군 도심을 시작으로 울산고속도로 구간단속 구간, 동해고속도로, 추령재 와인딩 구간까지 이어졌다. 도심과 고속도로, 와인딩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구성이다.
필랑트에는 르노의 하이브리드 E-Tech 시스템이 적용됐다. 1.5ℓ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가 결합된 구조다. 엔진 최고출력은 150마력, 최대토크는 25.5㎏·m다. 100㎾ 구동 모터와 60㎾ 시동 모터가 더해지면서 시스템 최고출력은 250마력이다. 배터리는 1.64㎾h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됐고 도심주행 시 최대 75%까지 전기모드로 운행이 가능하다. 복합연비는 15.1㎞/ℓ다.

도심 구간에서 전기모터 중심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출발과 저속 영역에서 엔진 개입이 크지 않다. 신호가 잦은 도심에서 가속과 감속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정숙한 전기차를 타는 듯한 감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필랑트에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ctive Noise Cancellation, ANC)이 기본 적용됐고, 프랑스 오디오 업체 알카미스(Arkamys)의 사운드 시스템이 더해져 실내 소음 억제에도 신경을 썼다. 추가로 10개 스피커의 보스(BOSE)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도 선택할 수 있다.
울산고속도로 구간에서는 ADAS 작동은 안정적이었다. 차선 유지 보조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자연스럽게 개입하며 스티어링 개입도 과도하지 않다. 장거리 주행에서 운전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성격이다.

동해고속도로에 들어서자 가속 특성이 더욱 분명해졌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전기모터가 먼저 반응하고 이어 엔진이 힘을 보탠다. 속도가 올라가는 과정에서도 동력 전달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고속 영역에서도 차체 움직임은 안정적이다. 르노가 강조하는 'SUV이지만 승용차 같은 승차감'이라는 설명이 고속 주행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와인딩 구간에서는 스티어링 반응과 제동 안정성이 눈에 들어왔다. 조향 입력이 비교적 정확하게 전달되고 차체 롤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파수 감응형 댐퍼(Smart Frequency Damper, SFD) 덕분에 일반도로에서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유지하면서도 속도가 높아질수록 차체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정리하는 성격이다.
이외에도 르노그룹의 '휴먼 퍼스트(Human First)' 철학에 따라 최대 34개의 주행 보조 기능이 적용됐다. 긴급 조향 보조(Emergency Steering Assist)는 시속 60~90㎞ 구간에서 충돌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차량 회피 조향을 돕는다. 레이더 기반 후석 승객 알림 기능도 새롭게 추가됐다.

도심과 고속도로, 와인딩을 모두 경험한 시승에서 필랑트의 주행 성격은 분명했다. SUV의 시야와 공간을 유지하면서도 움직임은 승용차에 가깝게 다듬어졌다.
편의사양도 상당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티맵 기반 플랫폼이 적용됐고, AI 음성 어시스턴트 에이닷 오토가 결합됐다. 차량 내부에서는 OTT 서비스와 음악 스트리밍, 웹 브라우저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차량을 와이파이 핫스팟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차량 소프트웨어는 무선 업데이트(Firmware Over The Air, FOTA)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된다.
*마무리하며
필랑트는 르노코리아가 내놓은 또 하나의 SUV가 아니다. 브랜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려 하는지 보여주는 모델에 가깝다.
차체 형태에서는 크로스오버 비율을 선택했고, 파워트레인에서는 하이브리드 중심의 효율 전략을 적용했다. 실내는 디지털 경험과 라운지 같은 공간 구성을 강조했다. 르노코리아가 말하는 새로운 플래그십의 방향이 차량 곳곳에 반영됐다. 필랑트는 SUV의 실용성과 승용차의 주행 감각을 동시에 담은 새로운 형태의 크로스오버다.
필랑트가 르노코리아에게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로라 프로젝트의 두 번째 모델이라는 의미를 넘어 브랜드가 다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에 등장한 모델이다. 필랑트는 르노코리아가 다시 시장에 던진 한 장의 카드다. 이제 그 카드의 가치는 시장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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