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잔류 최소화”…산은·수은까지 옮기나, 금융 공공기관 ‘지방 이전 긴장’

마이데일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뉴시스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정부가 ‘수도권 잔류 최소화’ 방침을 밝히면서 서울에 본사를 둔 금융 공공기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주요 정책금융기관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금융권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최근 ‘지방 이전 공동 대응 TF’를 꾸리고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동향 파악과 대응 방안 논의에 착수했다. 정부의 이전 계획이 구체화되기 전 금융권 차원의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5일 열린 제10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해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고 나눠 먹기식 분산 배치는 지양하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수도권 중심 성장 구조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국가 공간 구조를 균형 있게 재편하고 문화와 산업 분야의 인력 양성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을 내세우면서 서울에 있는 금융 공공기관들도 이전 검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현재 서울에 본사를 둔 금융 공공기관으로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투자공사 △예금보험공사 △무역보험공사 △농협 △수협 △신협 등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규모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들 기관이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5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김민석 총리/뉴시스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전수조사를 통해 이전 대상 기관을 선정한 뒤 2027년부터 이전을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지방선거 이후 구체적인 이전 로드맵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노조는 정부의 이전 정책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취지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지만 1차 지방 이전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사회적 합의 없이 또다시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총 153개 기관, 약 5만명이 이동했지만 혁신도시 인구 증가율은 평균 3.2% 수준에 그쳤고 수도권 인구 집중도 역시 크게 완화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일부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경험도 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은 부산으로 이전했다.

◇ 부정적 영향 제기도…李 "진전 없이 갈등만 키워"

다만 정책금융기관까지 지방 이전이 확대될 경우 업무 효율성과 금융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당시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 과정에서는 내부 갈등이 크게 불거진 바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연간 자발적 퇴사자는 평소 30명 안팎이었지만 부산 이전 논의가 진행되던 2022~2024년에는 연간 약 100명 수준으로 세 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에 대해 “갈등만 키운 채 진전 없이 반복된 논란”이라고 비판하며 동남권 투자은행 설립 방안을 제시한 만큼,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이 이번 이전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을 강조한 만큼 서울에 있는 금융 공공기관 대부분이 이전 논의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서울 소재 공공기관은 모두 지방 이전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금융 공기업은 규모와 상징성이 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유치를 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금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직원들의 거주 문제뿐 아니라 업무 효율성 저하와 기관 경쟁력 약화 우려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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