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연봉 1억’ 육박 금융지주 사외이사…현실은 ‘찬성 거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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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진행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지주회장 간담회 모습. 사진 왼쪽부터 황병우 iM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 김기홍 JB금융 회장 /뉴시스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1억원에 육박하는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정작 이사회에서는 경영진의 안건에 찬성표만 던지는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외이사의 ‘셀프 보수 인상’과 ‘참호 구축’ 구조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쇄신 압박에 정당성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 신한금융 사외이사 연봉 1억 시대… ‘회의 수당’ 두 배 인상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각 금융지주 ‘2025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개 금융지주(KB·신한·하나·BNK·iM·JB금융지주) 사외이사의 평균 급여는 4년 전보다 14.3% 증가한 8525만원으로 집계됐다.

신한금융 사외이사의 평균 보수가 지난해 9258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곽수근(1억900만원), 윤재원(1억850만원), 배훈(1억250만원) 등 신한금융에서만 3명의 사외이사가 1억원대 연봉을 수령했다. 하나금융에서도 박동문 사외이사와 여정성 사외이사가 각각 1억62만원과 1억원을 수령하며 억대 연봉을 탔다.

보수 상승의 주된 원인은 ‘수당 인상’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위원회 참석 수당을 회당 50만 원에서 100만원으로 100% 인상했으며, iM금융 역시 동일하게 수당을 올렸다.<관련 기사 : 연봉 1억이 만든 ‘이사회 참호’?…신한금융 사외이사 보수 가장 셌다>

◇ ‘심판이 연봉 규칙 정하는’ 셀프 인상 구조

이 같은 보수 상승이 ‘셀프 인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보수 결정 구조에 있다. 금융지주 이사회 내에는 보수 한도와 지급 체계를 설계하는 ‘보상위원회’가 존재하는데, 이 위원회의 구성원 대부분이 사외이사 본인들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심판이 자신의 연봉 규칙을 스스로 정하는 셈이다.

실제로 이번에 수당을 두 배로 올린 금융지주들도 사외이사들이 주축이 된 위원회를 거쳐 보수 체계를 개편했다. 주주총회라는 최종 승인 절차가 있지만, 이사회가 올린 보수 한도 증액 안건이 거부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의 책임과 역할에 비해 현재 급여 수준이 과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은행권에 IT와 소비자보호 강화 등 주문 사안이 많은 가운데 전문가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진을 감독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면서 “경영진이 짊어지는 책임만큼 사외이사도 책임을 짊어진다고 봐야하고 그 책임을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지금의 보수는 오히려 부족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885건 중 반대 3건… ‘사전 조율’로 쓴소리 차단

이사회 본연의 역할인 경영 감시가 실종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3년간(2022~2024년) 8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결의된 885건의 안건 중 반대표가 나온 사례는 단 3건(0.3%)에 불과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낸 사례는 KB금융의 김성용 사외이사(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 건)가 유일했다. 우리금융의 김영훈 사외이사가 임종룡 회장의 후보 확정 건에 대해 기권표를 던진 것이 그나마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사회 전 사전 설명회에서 이미 의견 조율이 끝나는 구조 탓에, 공식 회의체인 이사회가 사실상 통과 의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유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3년 단임제’나 회장 연임 시 ‘주총 특별결의’ 도입을 권고해 왔다. 하지만 주요 금융지주사 중 주총 안건으로 이를 반영한 곳은 전무했다. 임기 만료 대상이 70%에 달했음에도 대부분이 연임되거나 1~2명 교체에 그치며 ‘그들만의 리그’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한 금융지주는 이사회 직전 보도자료에 ‘사외이사 3년 단임 검토’ 내용을 넣었다가 이사회 직후 이 내용을 삭제한 자료로 정정보도 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에 “주주 안건에 올리려면 주주를 설득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도 아니고 법안도 발의만 됐지, 언제 통과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대부분의 금융지주들이 이런 이유에서 이사회에서 논의를 하더라도 안건 상정까지 곤란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이인영 의원은 “사외이사 보수는 매년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감시와 견제 기능은 제자리걸음”이라며 “관례적인 최고 등급 평가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성과평가제를 도입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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