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널뛰는 코스피 '기초체력' 없는 시장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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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어제는 지옥, 오늘은 천국이다. 이게 주식시장인가, 투기판인가."

최근 국내 증시를 지켜보는 투자자들의 공통된 탄식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대외 변수 하나에 코스피와 코스닥이 10% 넘게 폭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더니, 하루 만에 다시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롤러코스터 같은 장세 속에서 시가총액 수십조원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 중이다.

문제는 우리 증시의 유독 심한 변동성이다. 지난 이틀간 중동발 악재로 미국 뉴욕증시의 S&P 500 지수는 1.5% 내외,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2.8% 하락에 그치며 하방 경직성을 확보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는 무려 7.3% 폭락하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대외 리스크에 노출된 정도가 주요국 대비 세 배 이상 크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시장이 외부 충격을 견뎌낼 내부 방어 기제가 허약하다는 방증이다.

해외 자금 유입을 늘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며 거래시간까지 연장했지만, 현실은 처참하다. 국내 증시는 속절없이 '변동성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다. 기관 역시 지수를 방어하기보다는 차익 실현과 손절매에 급급하며 변동성을 오히려 키우는 모양새다.

현장에서는 이번 급락이 기업의 이익이나 경제 지표 같은 펀더멘털의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고 기업들의 어닝이 좋기 때문에 펀더멘털이 약한 것은 아니다"라며 "진짜 문제는 시장의 메커니즘"이라고 진단했다. 시스템 자체가 패시브 ETF 위주로 되어 있어 종목을 바스켓(묶음)으로 한꺼번에 털어내는 데다, 신용융자 반대매매와 레버리지 상품의 속성이 하락에 가속도를 붙였다는 설명이다.

결국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우리 증시의 부끄러운 민낯을 더 극명하게 드러낸다. 기초체력이 멀쩡함에도 지수가 대외 변수에 맥없이 고꾸라진다는 것은, 우리 증시가 실적이나 가치라는 본연의 동력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극대화되는 인버스·레버리지 상품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우리 증시의 조급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업 성장에 따른 가치를 공유하기보다 시장의 변동성을 이용한 '한탕 주의'식 요행이 판을 치면서, 국내 증시는 사실상 도박판과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라"는 밸류업의 구호가 위기 상황에서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진정한 밸류업은 상승장의 환호가 아닌, 폭락장의 든든한 버팀목에서 증명돼야 한다. 기초체력 없는 성장은 모래 위에 쌓은 성에 불과하다. 

지수는 다시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대외 변수에 이토록 무력하게 흔들리는 구조적 결함을 방치한다면, 국내 주식시장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제는 '숫자'가 아닌 '체질'을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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