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총 사업비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CPSP)가 단일 국가에 전량 발주하는 ‘승자독식’ 구도로 추진되고 있다. 다만 캐나다 정부가 분할 계약에 선을 그으면서도 상황 변동 가능성을 시사해 변수는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의 대규모 투자 성공 사례와 현대자동차의 수소 생태계를 묶은 ‘패키지 딜’을 앞세워 수주 협상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캐나다 오타와에서 전날 열린 국방안보협회(CDA) 콘퍼런스에서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은 “현재 우리는 단 한 곳의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최근 제기된 한국-독일 분할 수주설을 공식 부인했다. 다만 그는 “상황은 변동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달 과정의 복잡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신설된 국방투자청(DIA)이 이번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핵심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퓨어 장관은 “12척 전체와 인프라까지 포함할 경우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조달 사업이 될 것”이라며 “현재 누구도 예상치 못한 속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앵거스 톱시 캐나다 해군 사령관 역시 분할 수주 가능성에 대해 “잠수함 도입 시 단일 기종의 함대를 보유하는 것이 언제나 가장 효율적”이라며 “다르게(분할) 할 수도 있겠지만,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해 가을에 계약을 나누지 않겠다고 매우 명확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캐나다 정부가 단일 계약을 강조하면서도 상황 변화 가능성을 열어둔 점과 관련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류연승 명지대 방산안보연구소장은 “양측의 경쟁을 통한 제시한 조건을 활용해 최대한 많은 혜택을 얻으려는 협상 전략일 수 있다”며 “좋은 제안이 많을 경우 일부를 나눠 취하는 방식도 검토될 수 있다는 신호일 수 있지만, 양측 모두 괜찮은 제안을 내놓았다면 어느 한쪽을 완전히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수함 사업은 단순 건조 계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수십 년간 유지·보수(MRO)와 군사 협력으로 이어진다”며 “전량 수주가 가장 좋겠지만 만일 분할 수주로 인해 일부라도 확보한다면 향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와의 방산 협력 확대와 유럽 방산 시장 진입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 역시 “사업 규모 60조원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에 캐나다는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 할 것”이라며 “캐나다는 한국과 독일 정부, 여러 기업들로부터 제안을 받고 있는데 어느 쪽이든 매력적인 카드가 있어 협상 과정에서 분할 발주 가능성을 언급하며 협상력을 높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통상 분할 발주는 사업 공고 단계에서 명시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공고가 나온 뒤라면 절차적으로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재 협상 기간이 3월부터 6월까지로 설정돼 있는 만큼 발주국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협의를 통해 조정한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현재 한화오션은 잠수함 인도 계획과 투자 방안을 담은 최종 제안서를 지난 2일 제출한 상태다. 어성철 한화오션 사장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32년 1호 잠수함 인도를 시작으로 2035년까지 4척을 인도하겠다”고 제안서 일부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어 사장은 이번 계약이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철강, 인공지능(AI), 우주 산업을 포함한 투자로 2044년까지 연평균 2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캐나다 국방 산업 전략과의 부합성을 강조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캐나다 측과 협의를 이어가며 수주 지원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넥스트스타 에너지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장관과 면담을 갖고 캐나다 잠수함 사업과 관련한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면담에는 현대차 등 관련 기업 고위급 인사와 전문가들도 동행해 힘을 보태줬다. 현대차는 캐나다의 풍부한 수소 자원 잠재력을 설명하며 생산·충전·모빌리티를 연계한 수소 생태계 구축 협력 방안을 소개했다. 이는 앞서 캐나다 정부가 자국 제조업 기반 강화를 위해 현대차 측에 현지 공장 설립을 제안한 것과도 맞물린 행보다.
김 장관은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와 고용 약속을 성실히 이행한 것처럼 잠수함 사업을 계기로 양국이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산업부는 우리 기업이 이번 잠수함 수주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지정되는 순간까지 민·관의 역량을 모아 적극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