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FDA의 식품이력추적제(FSMA 204),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 의무화 등 데이터 기반 증빙 요구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본지는 이런 변화 속에서 블록체인·AI로 식품 기업의 규제 대응 전략을 제시하는 안다미 퓨처센스 대표를 만났다.

안 대표는 북경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컨센시스(ConsenSys) 한국지사장, 카카오 싱가포르 법인에서 초창기 멤버로 근무한 디지털 전환 전문가다.
그는 "미래 기술이 일상과 비즈니스에서 상식적으로 작동하게 만들겠다는 뜻을 사명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퓨처센스의 전환점은 2021년 확산된 중국산 '알몸 김치' 위생 논란이었다. 지난 2020년 6월 중국 SNS 웨이보에는 김치 공장의 열악한 제조 공정을 담은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에는 소금물 통에서 알몸 상태의 직원이 배추를 절이는 장면을 비롯해, 녹슨 장비로 배추를 건져 올리거나 고추 더미 사이로 쥐가 오가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일부 장면에서는 작업자가 신발을 신은 채 배추 더미 위를 밟는 모습도 확인되며 국내에서도 논란이 확산됐다. 소비자 불안은 단순 '원산지 표기' 문제를 넘어, 제조 공정과 유통 전 과정에 대한 신뢰 위기로 번졌다.
안 대표는 "이 사건은 식품 산업의 '증빙'이 왜 필요한지 보여준 사례"라며 "문서나 문구가 아니라 데이터로 공정을 증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고 말했다. 퓨처센스는 과기정통부 산하 세계김치연구소와 협력해 블록체인 기반 이력추적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식당 벽면이나 제품에 부착된 QR 코드를 소비자가 스캔하면 원재료 산지와 주요 공정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는 "핵심은 마케팅이 아니라 위·변조 가능성을 낮추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퓨처센스는 제조 과정의 사진 기록과 공정 데이터, 유통 데이터의 축적을 병행했고,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현장 CCTV 연동을 통해 생산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식도 적용했다.
안 대표는 "한 단계의 데이터가 흔들리면 전체 신뢰가 무너지는 만큼, 현장 기록부터 체계화하는 게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김치 제조사, 원부재료 업체, 유통회사들과의 협업으로 시작해 현재 반찬회사, 빵 제조사, 밀키트 제조사, 레토르트 식품회사 등의 다양한 식품제조회사에 적용되고 있는 솔루션의 효과는 시간 단축으로도 나타난다. 수기·엑셀 기반 방식은 협력사 연락과 서류 취합까지 포함해 평균 48~72시간이 소요된다. 퓨처센스 도입 시 LOT(로트) 단위 이력 조회는 3~5초 내 확인 가능하다. 최대 72시간 걸리던 업무를 수초 단위로 줄인 셈이다.
최근 퓨처센스는 할랄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할랄 푸드는 이슬람 율법이 허용한 식품을 뜻한다. 시장 규모와 성장 잠재력도 크다. 이슬람협력기구(OIC)에 따르면 지난해 할랄 시장의 소비 기반인 무슬림 인구는 약 20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24%를 차지한다. 이슬람 경제·금융 조사기관 디나스탠다드는 할랄 식품 시장 규모가 2.2조 달러(약 3000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오는 10월부터 식품에 대한 할랄 인증 의무화를 전면 시행하며, 식품 외 화장품, 제약, 의류 등의 다양한 수출 제품에 대한 할랄 인증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약 90%인 2억3000만 명이 무슬림으로, 할랄 시장이 '기회의 땅'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농심 △오뚜기 △CJ 등 국내 주요 식품 기업들도 할랄 인증을 적용한 제품군을 확대하며 수출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퓨처센스는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과 협력해 국내 외식·식품 기업의 '디지털 할랄' 인증 체계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인도네시아 대학교와 연구기관, 그리고 할랄인증청(BPJPH)과 협력해 개발한 '할랄 사인' 시스템으로 인증 절차를 간소화했다"고 말했다. 원재료, 세척, 제조·조리 공정 전반의 데이터를 체계화해 제출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이력 추적을 넘어 운영 효율화 영역도 넓혔다. 퓨처센스는 AI 수요예측과 식품산업에 특화된 재고·로스 분석을 통해 원부재료 과잉 발주와 폐기 비용을 줄이는 모델을 제시한다. 빵 제조사 태양이엔에스 사례에선 원부재료 과잉 발주와 데이터 기반의 △구매 △생산 △재고 △로스관리 개선을 통해 비용 손실을 줄였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육가공 업체 엠케이커머스에는 전용 시스템을 구축해 대기업 실사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퓨처센스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블록체인 신뢰 인프라 구축 사업자로 선정됐다. 2027년 이후 공공기관 도입을 염두에 둔 신뢰 기반 데이터 인프라 모델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공공 조달 시장을 겨냥한 인증·검증 절차도 추진 중이다.
안 대표는 향후 '오리지널(Origin)' 인증 브랜드 론칭도 예고했다. K-food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행하기 시작한 가운데, 가짜 한식당, 위조 식품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오너·조달·운영 정보를 기준화해 신뢰를 제공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규제는 일시적 부담이 아니라 지속되는 환경"이라며 "선제적으로 데이터 체계를 갖춘 기업만이 이후 수출 리스크를 줄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퓨처센스는 최근 △다날 △코멕스벤처러스 △스타트업리서치 △블리스바인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또 신기술금융회사 시너지IB가 운영하는 IBK기업은행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 마포' 16기에 선정돼 기업 성장 지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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