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첨단산업’ 수소, 가장 높은 ‘청정에너지’를 향해

시사위크
‘수소에너지’는 가장 이상적인 재생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비싼 생산 비용, 기술적 상용화의 어려움 때문에 국내 수소산업 발전은 멈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국내 대표 수전해 수소기업인 ‘지필로스’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필로스 박가우 대표,/ 사진=박설민 기자
‘수소에너지’는 가장 이상적인 재생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비싼 생산 비용, 기술적 상용화의 어려움 때문에 국내 수소산업 발전은 멈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국내 대표 수전해 수소기업인 ‘지필로스’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필로스 박가우 대표,/ 사진=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우리 경제·사회 전반은 AI와 로봇이 스며들면서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동시에 이 첨단기술들을 구현하기 위한 막대한 에너지원의 확보도 필요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소에너지’는 가장 이상적인 재생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비싼 생산 비용, 기술적 상용화의 어려움 때문에 국내 수소산업 발전은 멈췄다. 관련 예산도 크게 줄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수소차 보급 지원 예산은 5,762억원. 지난해 대비 20% 줄어든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대 관점으로 봤을 때 수소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 산업이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2030년 수소 산업 규모는 4,106억달러(약 57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국내 대표 수전해 수소기업 ‘지필로스’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달 24일 용인 기흥구에 위치한 지필로스 본사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이제 재생에너지를 국내외적으로 확대하는 기조가 커지고 있어 수소 업계에 봄바람이 불 것으로 다들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박설민 기자
지난달 24일 용인 기흥구에 위치한 지필로스 본사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이제 재생에너지를 국내외적으로 확대하는 기조가 커지고 있어 수소 업계에 봄바람이 불 것으로 다들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박설민 기자

◇ 조금씩 움트는 수소경기, ‘볕들 날’ 기다리는 지필로스

“재작년 수소산업 경기가 굉장히 안 좋은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이제 재생에너지를 국내외적으로 확대하는 기조가 커지고 있어 다들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용인 기흥구에 위치한 지필로스 본사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국내 수소 산업계에 올해는 조금 볕이 들지 않을까 기대감이 담긴 말이었다. 지난 2009년 설립된 지필로스는 국내 대표 수전해 수소 기술 전문기업이다.

박가우 대표의 말처럼 최근 수소산업은 위축세에 들고 있다. 인력 공급의 어려움, 미성숙한 국내 시장 여건 등의 문제가 겹친 데 따른 영향이다. 최근 한국 수소 산업계, 특히 ‘수전해 수소’ 분야는 말 그대로 암흑기였다. 석탄 연료 기반의 개질수소 대비 비싼 생산 단가 때문이었다. 

실제로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국내 수소산업의 경제 현황과 경쟁력 강화 방안(2023)’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소산업분야의 50% 이상을 차지하던 제조업은 46%로 시장 규모가 줄었다. 수전해 수소 생산의 핵심인 수전해 시스템 장비도 해당 사업 분야에 포함됐다.

상명풍력발전단지 내에 설치된 국내 최초의 풍력 발전 기반 그린수소 생산시설인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의 모습. 안타깝게도 운영비용 부담과 수소 상용화의 어려움, 운영적자로 최근 문을 닫게 됐다./ 사진=시사위크DB
상명풍력발전단지 내에 설치된 국내 최초의 풍력 발전 기반 그린수소 생산시설인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의 모습. 안타깝게도 운영비용 부담과 수소 상용화의 어려움, 운영적자로 최근 문을 닫게 됐다./ 사진=시사위크DB

하지만 수전해 기술 기반으로 생산된 ‘그린수소’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사실상 ‘0’인 청정에너지다. 관련 시장 규모도 매해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그린수소 시장은 현재 118억6,000만달러로 추산되며 연평균 시장 성장률은 30.2%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오는 2033년에는 1,153억5,000만달러로 현재 대비 10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때문에 국내 그린수소 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시장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수소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큰 난관이 존재했다. 바로 수전해 기술이 ‘첨단업종’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첨단업종은 기술 집약도가 높고 혁신 속도가 빠른 제조업 및 관련 산업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계에서 첨단업종 지정이 중요한 이유는 사업적 제약 감소의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첨단업종 지정 산업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 제한 완화, 자연녹지지역 내 공장 건축 허용 등이 가능하다.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첨단업종에 지정된다면 사업 자금 확보 부담 감소, 정부 지원 강화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부분 규모가 작은 수전해 수소 기업들에게 있어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필로스는 2022년 수전해시스템 신사업 추진을 위해 50억원을 투자, 용인 본사 주변 부지 매입 및 공장 증축을 진행했다. 하지만 첨단업종에 수소산업이 등록되지 않아 수원에 별도의 공장을 임대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시사위크DB
지필로스는 2022년 수전해시스템 신사업 추진을 위해 50억원을 투자, 용인 본사 주변 부지 매입 및 공장 증축을 진행했다. 하지만 첨단업종에 수소산업이 등록되지 않아 수원에 별도의 공장을 임대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시사위크DB

◇ 가뭄의 단비 된 ‘수소 첨단업종’ 지정

특히 지필로스의 경우 수소분야 첨단업종 지정이 절박했다. 지난 2022년 수전해시스템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 때문이다. 당시 지필로스는 용인 본사 주변 부지 매입 및 공장을 증축하는 등 시설에 약 5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수소생산 핵심장비인 수전해시스템이 첨단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부지용도가 자연녹지 지역이라 첨단업종만 사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사업 자체가 무산이 될 위기였다.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8년 전부터 그린수소 산업을 시작했을 때 당연히 정부에서 수전해 기술을 첨단업종에 지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에 공장을 짓고 사업을 확장했는데 수소산업 전체가 첨단업종에 지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필로스의 수전해 사업, 더 나아가 한국 수소산업 전반을 살리기 위해선 정부의 첨단업종 지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회사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지필로스는 수소산업의 첨단업종 지정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때 2023년 11월 산업부에서는 산업현장 애로사항 발굴.해소 및 정책 의견 수렴 차원의 ‘산업기동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필로스의 도움을 요청받은 산업부는 2024년 11월 본사를 방문, 첨단업종 관련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방안 논의에 나섰다.

이후 산업부는 그동안 수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전해 장치 제조업을 첨단업종에 포함해 자연녹지지역에서도 제조시설 설치가 가능하도록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번에 관련 법령 일부 개정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1MW급 알칼라인 수전해시스템’ 내부 모습. 은색 전자레인지를 연상시키는 소형 모듈러 100개가 장착돼 있다. 이번 수소산업의 첨단업종 지정으로 용인 본사에서 100kW에서 MW급 대용량 수전해시스템까지 공장 제조가 가능해진만큼 수소 및 에너지 시장 다변화에 대응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사진=박설민 기자
 ‘1MW급 알칼라인 수전해시스템’ 내부 모습. 은색 전자레인지를 연상시키는 소형 모듈러 100개가 장착돼 있다. 이번 수소산업의 첨단업종 지정으로 용인 본사에서 100kW에서 MW급 대용량 수전해시스템까지 공장 제조가 가능해진만큼 수소 및 에너지 시장 다변화에 대응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사진=박설민 기자

이 같은 지필로스의 노력과 산업부의 도움으로 지난 1월20일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산업단지, 지식산업센터 등 입지 규제 합리화와 첨단산업 및 신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조치였다.

핵심 내용은 첨단업종의 범위가 기존 85개에서 92개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이중 ‘산업분류코드 29177’에 속한 ‘증류기, 열 교환기 및 가스발생기 제조업’에 수전해장치가 포함됐다. 첨단업종 적용 범위는 8kW 이상의 알칼라인, 고분자전해질막, 고체산화물, 음이온교환막 방식이다.

물론 해당 법률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때까지는 후속 절차가 남은 상태다. 다만 지필로스는 빠른 시일 내 용인 본사에 수전해시스템 제조공장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용인 본사에서 100kW에서 MW급 대용량 수전해시스템까지 공장 제조가 가능해진만큼 수소 및 에너지 시장 다변화에 대응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산업집적법에서는 기술집약도가 높고 혁신 속도가 빠른 업종을 첨단업종으로 정의하고 있다”며 “첨단업종으로 분류될 경우 수도권 지역에서의 공장 신.증설 허용범위가 확대되고 특히 자연녹지지역에서도 사업이 허용돼 해당 업종의 투자도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진 위쪽부터) 7호선 수락산 변전소에 설치된 1,500V 1M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과  2호선 주안국가산단역에서 이뤼지며 대상은 750V 500k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 지필로스
(사진 위쪽부터) 7호선 수락산 변전소에 설치된 1,500V 1M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과  2호선 주안국가산단역에서 이뤼지며 대상은 750V 500k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 지필로스

◇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한 ‘전력변환기술’ 경쟁력 확보도 속도

지필로스는 이번 수소첨단업종 지정을 디딤돌 삼아, 수전해수소를 넘어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의 영향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력변환시스템’ 기술 기반의 ‘철도 회생에너지 재활용 시스템’ 사업도 선도한다는 목표다.

철도 회생에너지 재활용 시스템은 전동차 제동 시 발생하는 전기에너지인 ‘회생에너지(Regenerated energy)’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고속으로 달리던 전철은 멈출 때 관성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를 전기에너지 형태로 변환한 것이 회생에너지다. 이 회생에너지를 저장해 사용할 수 있다면 상당량의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다.

지필로스 측에 따르면 전동차가 한 번 정차하면 1,600V 이상의 고전압이 10~30초 발생한다. 이를 발전량으로 환산하면 약 1MW 규모다. 이탈리아에서 2028년 건설 예정인 초소형 원전 ‘솔로(SOLO)’의 발전량도 1MW다. 즉, 전동차 정차 한 번에서 발생하는 전기에너지가 작은 원전의 1시간 발전량과 맞먹는 셈이다.

하지만 회생에너지의 대부분은 전기에너지로 저장되지 못하고 사라진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차세대전동차연구단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전철의 직류구간에서는 소비에너지의 45%에 해당하는 회생에너지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중 10~15%만 주변 전동차 소비에너지로 활용된다. 나머지 25~30%는 전차선에서 열로 사라져 버린다.

따라서 이 소모되는 전기에너지를 붙잡을 수 있는 회생에너지 시스템 기술이 곧 차세대 친환경 철도 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지필로스가 고안한 철도 회생에너지 재활용시스템은  ‘1,500V-1M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과 ‘750V-500k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해당 시스템을 설치한 역사의 경우 연간 탄소절감량 320톤, 전력요금 절감 기댓값은 연간 1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는 게 지필로스 측 설명이다.

지필로스는 지난해 8월 네팔투자위원회(IBN)와 네팔 내 ‘친환경 그린수소 생산 및 연료전지 발전 플랜트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협약식에서 MOU 문서에 서명하는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우측)의 모습./ 지필로스
지필로스는 지난해 8월 네팔투자위원회(IBN)와 네팔 내 ‘친환경 그린수소 생산 및 연료전지 발전 플랜트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협약식에서 MOU 문서에 서명하는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우측)의 모습./ 지필로스

관련 시장 규모도 매해 급성장하는 만큼 산업 경쟁력도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회생에너지를 포함한 철도 에너지 관리 시장 규모는 2028년 19억6,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시장 성장률은 10.55%로 높은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지필로스는 철도 회생에너지의 기본이 되는 전력변환시스템 기술 자체 경쟁력도 확보한다는 목표다. 재생에너지의 기본이 되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맞춤형 기술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에 따르면 ESS용 전력변환시스템 시장은 현재 70억6,000만달러로 추산되며 2035년 354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지필로스는 회사 초기부터 전력변환시스템 기술을 개발해오며 높은 기술력을 축적했다”며 “정부 지원 기반의 분산에너지 확대가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지금, 전력변환시스템은 향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지필로스도 사업을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내 에너지산업에서 중국산 제품이 굉장히 많은데 특히 태양광 전력변환시스템은 거의 70~80%가 중국제품이다”라며 “국내 재생에너지 기술 시장의 경쟁력 확보와 국가 에너지 안보 수립을 위해선 관련 기술 국산화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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