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포커스] 원화 흔들리고 유가 치솟고…중동 리스크에 금융권 ‘비상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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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지지자가 1일(현지 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에서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을 추모하는 모습 /뉴시스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 환율·유가 변동성이 동반 상승세를 보이자 국내 금융권은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고, 정부와 한국은행도 24시간 모니터링에 돌입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금융)은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환율·유가·금리 등 주요 지표를 실시간 점검하는 비상 대응 회의를 잇따라 열고 시장 영향과 고객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국제유가는 빠르게 반응했다. 로이터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브렌트유는 이번 사태 이후 약 10% 급등해 배럴당 80달러 선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에너지 수송로 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는 2022년 3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배럴당 123.7달러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찍었다.

사태 전후 원/달러 환율 추이/인베스팅닷컴

환율 역시 불안하다. 달러화 강세가 재차 부각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을 상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이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오를 경우 수입 물가 상승과 기업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는 소비 둔화와 금융시장 조정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 4대 금융그룹, 선제적 유동성 지원…정부 24시간 모니터

금융권은 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KB금융은 그룹 차원의 비상 대응 체계를 통해 주요 시장 지표를 점검하고 있으며, 국민은행은 분쟁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해외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재해복구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특별우대금리(최고 1.0%p 금리 할인) 적용과 함께 운전자금 및 최대 5억원의 시설복구 자금을 지원한다.

신한금융도 그룹위기관리협의회를 가동해 주간 단위 점검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피해 기업에 대해 최대 10억원의 운전자금과 시설복구 자금을 지원하고, 우대금리 적용 및 만기 연장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총 12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마련하고, 피해 기업에 대해 최대 5억원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금리 감면도 병행한다. 우리금융 역시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중동 관련 거래기업과 취약 중소기업에 대한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을 점검 중이다.

정부와 통화당국도 대응 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전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에너지 수급 상황과 금융시장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사전 마련된 대응 계획에 따라 신속히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 역시 이창용 총재 주재 긴급 회의를 통해 ‘중동사태 관련 상황점검 TF’를 구성하고 24시간 금융시장 점검 체계를 가동했다. 향후 전개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 관건은 ‘동시 충격’의 지속 여부

현재로서는 국내 에너지 비축 물량 등 대응 여력이 유지되고 있지만, 중동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환율과 유가의 동반 상승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유가 상승은 곧 물가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원화 약세는 기업의 수입 비용 부담을 확대시킬 수 있다.

지난 26일 진행한 한은 경제전망 설명회 /최주연 기자

이는 한은 소비자물가 전망을 벗어나는 경로다. 한은은 지난 26일 경제 전망 설명회에서 환율 불확실성은 완화됐지만, 반도체 가격 상승이라는 새로운 비용 요인이 물가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2.2%이지만 이번 사태로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금융권과 당국이 동시에 비상 모드에 들어간 것은 이러한 ‘동시 충격’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다. 사태가 단기적 충격에 그칠지, 에너지·외환시장을 거쳐 실물경제로 확산될지는 향후 중동 정세와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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