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폭스바겐그룹코리아가 2026년 4월1일부로 마이클 안트(Michael Arndt)를 폭스바겐 부문 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룹은 "30년 경력의 글로벌 전문가"라는 표현으로 이번 인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겉으로 보면 글로벌 인재의 전략적 순환 배치다.
그러나 그의 직전 보직을 들여다보면 이번 이동의 무게는 달라진다. 마이클 안트 신임 사장은 2022년부터 중국 항저우에서 FAW-아우디 세일즈 컴퍼니를 이끌어왔다. 중국은 폭스바겐그룹 전체 판매와 수익의 핵심 축이다. 그 안에서도 FAW-아우디는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책임지는 전략 요직이다. 그룹 내 자원과 의사결정이 가장 집중되는 전장의 수장이었다.
그런 그가 맡게 된 자리는 한국 법인의 '브랜드 부문' 사장직이다. 최근 몇 년간 판매 감소와 전동화 전략 지연, 신차 배정 격차로 존재감이 약화된 시장이다. 그룹 전략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 실적 하락 국면의 중소 시장 브랜드 운영으로 이동한 구조다. 직함은 수평일 수 있지만, 전략적 위상은 같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인사를 확장이나 승격의 신호로 해석하기는 힘들다. 최대 시장 핵심 요직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 브랜드 운영으로의 이동은 사실상 역할 축소에 가깝다. 그룹 전략의 전면에서 활동하던 인물이, 정체 국면에 놓인 시장을 맡게 된 셈이다.

폭스바겐코리아의 최근 성적은 냉정하다. 2025년 연간 판매는 5125대로 전년 대비 38.1% 급감했다. 월 판매 1000대를 넘기지 못하는 달이 반복됐다. 한때 '합리적 독일차'라는 분명한 포지션으로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었던 브랜드는 지금 대중도, 프리미엄도 아닌 애매한 중간 지대에 머물러 있다.
제품 전략 역시 시장 변화와 엇박자를 냈다. 국내 라인업은 오랫동안 디젤 비중이 높았고, 전기차 ID.4는 기대만큼의 확장세를 만들지 못했다. 글로벌 신차 출시와 국내 도입 간 시차도 줄어들지 않았다. 고급화와 전동화로 빠르게 재편된 수입차시장에서 폭스바겐은 선도자가 아니라 추격자의 위치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프리미엄 세일즈를 총괄했던 인물이 한국으로 이동한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중국은 폭스바겐그룹이 가장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시장이다. 판매량과 수익, 전략적 우선순위 모두 그 중심에 있다. 그 전장의 책임자를, 판매부진과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 브랜드에 배치한 구조는 단순한 인사 순환 이상의 메시지를 담는다.
최근 몇 년간 한국시장은 신차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렸고, 전동화 로드맵 역시 공격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3A 전략(More Accessible, More Affordable, More Advanced)'은 출범 당시에는 설득력이 있었지만, 시장의 고급화·전동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또 경쟁 브랜드들이 전동화 이미지를 강화하고 하이브리드·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는 사이, 폭스바겐은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인사는 그런 흐름 위에서 읽힌다. 한국을 다시 전략 전면에 세우는 공격적 카드라기보다, 하락세에 접어든 사업을 정비하고 관리하려는 성격에 가깝다. 성장 엔진을 키우기 위한 배치라기보다는, 흔들리는 시장을 관리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자연스럽다.
물론 인사의 최종평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라는 그룹 최대 시장의 핵심 요직에서 한국 브랜드 부문으로의 이동이 단순한 글로벌 경험 확대라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이클 안트의 부임은 폭스바겐코리아가 다시 전략 시장으로 복원될지, 아니면 구조적 후순위 속에서 관리 체제로 굳어질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인사는 그 출발선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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