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김포국제공항을 비롯해 한국공항공사(KAC)가 관리·운영하는 공항들에는 한 가지 없는 게 있다. ‘크루 라인(Crew Line)’이 그것이다. 크루 라인은 항공사 승무원들의 출국심사 및 보안검색을 위해 별도로 마련한 통로다. 항공사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크루 라인이 없는 국내 공항들에서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고 호소하며 한국공항공사 측에 크루 라인 개설을 계속해서 요구했지만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제선 항공편 이용객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만큼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이 많아진 것이면서 동시에 항공기 운항편도 늘어났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는 항공기를 움직이기 위한 운항승무원(조종사)과 객실승무원(캐빈 크루) 수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는 요소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는 인천공항에 항공사 승무원들의 빠른 검색대 통과 등 업무 편의를 위해 크루 전용 출입국 통로 및 보안검색대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승무원들이 검색대를 빨리 통과하면 그만큼 빠른 비행준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당 통로는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우선적으로 출국심사를 마친 일반 여행객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제주공항, 청주공항, 대구공항 등 국내에 위치한 국제공항들에는 크루 전용 출입국 통로와 보안검색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해당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에 탑승하는 운항승무원과 객실승무원들은 전부 일반 승객들과 함께 줄을 서서 신분확인 및 보안검색을 거친다.
이로 인해 김포·김해·제주공항 등을 이용하는 항공사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적지 않다. 승객들이 집중되는 시간대 또는 특정 연휴 기간에는 보안검색대를 지나 면세구역으로 진입하는 데에만 10∼20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승무원들의 스탠바이 시간이 지체되면 결국 피해를 입는 건 승객들이다. 비행기에 승객들이 탑승하기 위해서는 운항·객실승무원의 준비가 완료된 후 기장의 탑승 허가 사인이 나와야만 한다.
승무원들이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에 시간이 지체되면 승객들의 비행기 탑승 시작 시간이 밀릴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원래 출발하는 시간보다 늦게 출발하게 되는 지연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승무원들이 5분 늦으면 승객들의 비행기 탑승은 10∼15분이 늦어질 수 있다.
여러 이유들로 해외의 국제공항들은 대부분 크루 라인과 공항 직원 라인을 함께 마련해 운영 중이다. 크루 라인이 없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라는 게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한민국조종사노조연맹(KPUA)과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에서는 이러한 불편에 대해 한국공항공사 측에 여러 차례 건의를 했으나 수년째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조종사노조연맹 관계자는 “김포나 대구, 청주 같은 국제공항들은 크루 전용 라인이 없고 출국심사 및 보안검색 통로가 승객들과 함께 쓰는 일반 통로 밖에 없는데, 혼잡한 시간대나 특정 날짜에는 보안검색 대기 줄이 20m 이상인 상황도 종종 있다”며 “이 과정에 딜레이가 발생하면 비행기 출발 시간이 늦어질 수도 있는데, 정시에 출발하지 못하면 관제에서 순서가 뒤로 밀리게 되고 결국 게이트에서 나가는 시간이 늦어져 지연운항으로 이어져 승객 불편이 커질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동북아시아 국가인 일본, 중국, 홍콩, 대만을 비롯해 필리핀과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전부 국제공항에는 크루 라인을 마련해 승무원의 우선적인 출국심사 및 보안검색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공항들은 소위 말하는 항공 후진국들보다 못한 셈”이라고 질타했다.
한국공항공사에서는 공항에 출국심사 및 보안검색 대기자가 많아 혼잡한 경우 대기 중인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승무원들의 우선 입장을 돕거나 승무원들이 공항 상주 직원 통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며, 공항 상주 직원 통로는 임의로 사용하지도 못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항공조종사협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항공기 비행을 준비할 때 소요되는 시간이 적게는 10∼15분, 많게는 30분까지 소요되기도 하는데, 우리가 일반 승객들과 섞여 함께 보안검색을 받게 되면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기까지 20분 정도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시간에 쫓기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줄이 너무 긴 경우에는 종종 공항에 있는 상주직원통로 이용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그쪽에서 근무하는 공항 직원들은 ‘상부 지시가 없어서 사용이 불가하다’고 얘기를 해 불편함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가 적지 않음에도 한국공항공사 측은 ‘보안’을 이유로 당장에 크루 라인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항공분야는 보안 관련에 대해 엄격하게 관리하는데, 국제공항은 ‘가급 보안시설’로 규정돼 관리 주체가 공사 외에도 국정원, 기무사, 서울지방항공청까지 엮여 있다”며 “이 때문에 공사가 단독으로 김포공항 등의 시설을 확장·변경·개선하기는 어렵고, 항공사 승무원들에 대한 보안 검색을 우선적으로 하는 것도 제한적인 게 많다”고 말했다.
다만 동일한 가급 보안시설인 인천공항에서 크루 전용 라인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김포공항을 비롯한 다른 국제공항에서 크루 라인을 만들지 못할 이유는 없다. 사실상 의지의 차이로 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야구장이나 축구장만 보더라도 구단 관계자나 선수 등의 출입 통로를 별도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점을 예시로 들면서 공항에서도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승무원들을 위해 크루 전용 통로를 마련해 편의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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