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년고용, 이제는 '경로'를 설계할 때다

프라임경제
청년고용 지표는 때때로 개선됐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청년들의 체감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취업자 수가 늘었다는 통계가 발표되는 날에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청년들의 말은 줄지 않는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경로다. 일자리의 총량이 아니라, 첫 경력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는지에 대한 구조가 비어 있다는 데에 오늘의 불안이 놓여 있다. 

최근 발표된 '해외 청년고용정책 실태 분석 및 정책 제언' 보고서는 이 지점을 정확히 짚는다. 주요 선진국들은 청년고용을 단순한 실업 완화 정책이 아니라 '이행 체계'로 설계해 왔다. 학교에서 직업으로, 훈련에서 고용으로, 청년에서 노동자로 넘어가는 과정을 국가가 구조화해 두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 시스템은 기업과 학교가 동시에 청년을 훈련시키며 졸업과 동시에 노동시장으로 연결한다. 프랑스와 북유럽 국가들은 일정 기간 내 취업이나 훈련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를 통해 청년이 장기간 노동시장 밖에 머무르지 않도록 개입한다. 일본 역시 신졸 채용과 기업 내 경력 형성 구조를 제도화해 첫 직장 진입을 사회적 관행으로 고정해 왔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첫 경력은 개인의 능력 문제로 방치되지 않는다. 제도와 기업, 교육 시스템이 함께 책임지는 구조 안에서 시작된다.

반면 한국의 청년고용 구조는 여전히 '대기형'에 가깝다. 대기업 중심 채용 관행이 유지되는 가운데, 최근 기업들은 신입 공채를 줄이고 경력직 채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업 전략의 결과이지만, 청년 입장에서는 첫 경력을 쌓을 입구가 좁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당수 청년이 소수 대기업 채용을 기다리며 준비 기간을 늘리고, 그 사이 첫 취업 연령은 점점 늦어진다. 취업이 지연될수록 '쉬었음' 상태의 청년도 늘어난다. 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지역 청년들은 일자리와 경력을 찾아 이동하고, 지역 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한다. 

그러나 대학과 기업, 지방정부 사이의 연결 고리는 여전히 느슨하다. 청년에게 지역은 '머무를 공간'이 아니라 '벗어나야 할 공간'으로 인식되기 쉽다. 지원금과 단기 사업이 반복되지만, 첫 직무 경험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기적 경로 설계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제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청년 일자리를 몇 개 더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청년이 첫 경력을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하도록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듯, 청년고용 정책의 핵심은 노동시장 진입 초기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구조적 장치에 있다. 대학 교육과 기업 수요를 연계하고, 지역 기업에서의 직무 경험을 정식 경력으로 인정하며, 일정 기간 내 일·훈련·공공 프로젝트 중 하나와 연결되는 경로를 명확히 제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이 청년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청년을 지역에 붙잡아 두는 것은 주거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안정적인 첫 경력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청년은 다시 이동을 선택할 것이다. 청년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연결의 대상이다. 

일시적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력 경로를 설계하는 것, 그것이 청년고용 정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이다. 숫자가 아니라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청년의 체감은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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