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이른바 ‘상호관세’가 미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화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대체 법적 근거를 동원해 10%의 신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관세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와 멕시코·캐나다·중국 등에 대한 ‘펜타닐 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대법관 9명 중 6명이 위법 의견을 냈고, 3명은 합법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이 있는지 여부다.
IEEPA는 외국발 위협이 미국의 안보·외교·경제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경우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제 거래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법에 명시된 ‘수입 규제(regulate)’ 권한에 관세 부과도 포함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관세는 헌법상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판단했다. IEEPA의 수입 규제 권한에 관세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미국 헌법 제정자들은 평시 관세 부과 권한을 의회 단독으로 부여했다”며 “대통령이 수량·기간·범위 제한이 없는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하려면 분명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등 IEEPA에 근거해 부과한 관세를 종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 트럼프, 무역법 122조로 ‘10% 재부과’ 대응책 마련
상호관세는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의 핵심 통상 정책이었다. 이번 판결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 수익을 재원으로 추진하려던 정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대체 수단을 꺼냈다.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관세는 미 동부시간 24일 0시 1분부터 발효된다.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 문제 대응을 위해 최대 150일간 15% 이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 착수도 발표했다.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공정 행위에 대응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조사는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혀 한국도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201조, 관세법 338조 등 다른 법적 수단도 거론했다.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이번 판결과 무관한 만큼 확대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는 “이 끔찍한 판결에 매우 실망했다”면서도 “IEEPA보다 강력한 수단이 있다. 결국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관세 환급’·무역합의 처리 변수
이번 판결로 관세 환급 문제도 불거졌다. 대법원은 그간 징수된 관세 반환 여부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미 미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미국 내 자회사들이 관세 반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추가 소송이 잇따를 경우 수년간 법적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보수 성향 브랫 캐버노 대법관은 소수의견에서 “정부가 수십억달러를 반환해야 하는지, 어떻게 반환할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엉망진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등 일부 국가는 상호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대미 투자를 포함한 새로운 무역 합의를 체결한 상태다. 상호관세가 무효가 되면서 합의 효력에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질문에 “다수는 유효하다. 일부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지만 다른 관세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과 미국 정부 입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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