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징역 30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과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은 무죄가 선고됐다.
◇ “12·3 비상계엄은 내란… 법질서 자체를 부정한 행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9일 오후 3시에 열린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윤석열에 대해 “군을 보내 국회를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회의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가지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찰의 국회 출입 통제, 군의 국회 투입 및 봉쇄 시도, 이른바 체포조 운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서버 확보 시도 등 일련의 행위를 종합해 내란죄 성립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실관계의 가장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특전사 병력은 “국회 의사당 본관을 봉쇄해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건물 밖으로 나오게 하고 건물 내부에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게 만들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수도방위사령부 병력은 국회 경내 진입 및 본관 주변 경계 임무가 예정됐던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이 같은 군 투입이 “피고인 윤석열의 승인하에 김용현의 구체적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방첩사 체포조와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김용현이 여인영 당시 방첩사령관에게 14명의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준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용현과 여인영 모두 체포하라는 의미로 이를 이해”했다고 봤다. 출동한 체포조 요원들 역시 국회의장 우원식, 당시 야당 대표 이재명, 당시 여당 대표 한동훈 등 주요 인사를 체포·구금해 수방사 B1 벙커로 이송한다는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인식했던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윤석열 측이 주장한 ‘대국민 호소용 계엄’ 주장에 대해 “동기나 이유·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피고인 윤석열 측 주장을 소개한 뒤, “그 정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동기나 이유·명분에 불과할 뿐 이를 군을 국회에 보내는 등의 목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특검이 제기한 ‘1년 이상 준비된 장기독재 기도’ 주장에 대해서는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대해 재판부는 작성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고 일부 내용이 실제와 불일치하며 “모양·형상·필기 형태·내용 등이 조악”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이후 조치들의 준비 상태를 두고도 “장기간 마음먹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하다”고 판단했다.
조지호·김봉식에 대해서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전 피고인 윤석열 등으로부터 군의 국회 투입 사실을 통보받고도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 출입을 차단하는 등 폭동에 가담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군의 출입은 허용하면서 정작 국회의원 등 주요 관계자들의 출입을 제한한 점” 등을 들어 국헌문란 목적의 인식 공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노상원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상황이 “적어도 일정 기간 지속될 것을 예상·전제”하고 계엄사무 수행을 준비했으며,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하자 김용현과 통화하며 대책을 논의한 정황 등을 근거로 내란 중요임무종사죄 성립을 인정했다. 목현태에 대해서 재판부는 “처음부터 국헌문란 목적을 인식 공유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아쉽지만” 국회의원 출입 차단을 계속 이행한 점 등을 이유로 “미필적으로나마” 국회 기능 마비를 인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내란 집합범 성립을 인정했다.
반면 김용군과 윤승영은 ‘국헌문란 목적’에 대한 인식 공유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용군이 노상원의 선관위 투입 및 부정선거 수사 계획에 공모 가담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관여 사실 자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윤승영에 대해서도 방첩사 체포조 지원이 불법 체포가 아니라 비상계엄 매뉴얼에 따른 정상적인 합동수사단 지원이라 착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와 관련해 내란죄를 “국가의 존립과 헌법적 기능을 파괴하고 법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 신인도가 하락했으며 우리 사회가 양분돼 극한의 대립 상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 윤석열에 대해서는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했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됐는데도 사과의 뜻을 내비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다만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거나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고 실탄 소지나 직접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없다”는 점 등은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피고인 윤석열의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정해진 결론을 위한 요식행위였고 한낱 쇼에 불과했다”며 “사법부가 선동된 여론과 정치권력에 무릎을 꿇었다”고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이 국회 표결을 방해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음이 밝혀졌고, 국가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결단이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며 “수사 착수 자체가 위법이었고 수사권 없는 공수처의 수사와 기소를 눈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역사의 법정에서 언젠가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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