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중국발 공급 과잉과 업황 악화 장기화로 고전해 온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이달 중 정부가 발표할 ‘대산 1호 프로젝트’가 그 신호탄이다. 정부 주도의 처방을 계기로 업계 전반의 구조재편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이달 중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대산 1호 프로젝트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발표한다.
대산 1호 프로젝트는 양사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합·감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한 뒤 이를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대산 석화단지 내 NCC를 통폐합하는 구조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최근 “관련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최종안 승인과 함께 금융·세제·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정부 지원 패키지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이달 말 구체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지역별 특성과 여건을 고려해 구조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번 재편은 석화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의 연장선에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NCC 설비를 보유한 각 산단 기업들에 사업재편안 제출을 요청했다. 여수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대한유화·에쓰오일이 공동안을 마련했다. 롯데케미칼도 한화솔루션, DL케미칼, 여천NCC와의 중복 설비를 통합·조정하는 방안을 담은 별도 재편안을 제출했다.
정부는 이들 제출안을 토대로 정책금융과 세제 지원, 규제 완화 등을 연계한 프로젝트별 맞춤형 지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NCC 총 생산능력을 270만~370만톤 수준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다.

대산 1호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다른 석화 기업들의 사업 재편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기업들은 제출된 계획안을 토대로 세부 이행 방식과 지원 범위, 기업별 역할 분담을 구체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최종안 마련을 위한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으며, 이해관계자가 많아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실무 협의가 이어지고 있어 상반기 내에는 큰 틀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업계가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유례 없는 업황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주요 석유화학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손실은 약 1조5000억원으로, 전년(약 1조1000억원)보다 적자 폭이 약 36% 확대됐다. 중국의 공격적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겹친 결과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보고서에서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금호석유화학, SKC, HD현대케미칼, 여천NCC, SK어드밴스드, 효성화학 등 9개사의 지난해 영업손실이 1조원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나신평은 “사업장별 구조개편안이 순차적으로 제출되고 있으나 이해관계자 간 협의와 투자 판단 과정에서 속도 차이가 존재한다”며 “실질적인 산업 재편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번 대산 1호 발표는 정부 주도 재편이 선언 단계를 넘어 실행 국면으로 전환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실제 설비 감축과 투자 재편이 이어질 경우 석유화학 산업 구조 전환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 구조조정의 방향과 범위가 보다 구체화될 것”이라며 “추가 설비 조정이 현실화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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