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의정부 유진형 기자] 언어는 상대방과 소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관계를 더 깊게 만드는 중요한 도구다. 화려한 언술과 논리력이 아니더라도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딕션(Diction)이다.
딕션은 말을 전달하는 명료한 방식, 즉 단어의 선택, 발음, 어조, 말의 리듬까지 포함된 표현력을 뜻하는데, 같은 말을 해도 어떤 사람은 또렷하게 들리고 어떤 사람은 불분명하게 들리는 건 딕션의 차이다. 딕션이 좋은 사람의 말은 또렷하게 들리고 나아가 신뢰감까지 준다. 언어를 잘한다는 건 단어를 많이 안다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편하게 이해하게 하는 말의 기술이 좋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이 한국어를 할 때는 이런 딕션의 매우 중요하다. 외국인이 한국어 발음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받침 발음 때문이다. 한국어는 단어 끝에 소리가 닫히는 받침이 있지만 대부분의 언어에는 이 개념이 없다. 그래서 보통의 외국인은 받침을 생략하거나, 반대로 모든 소리를 다 발음하려고 하다 어눌한 딕션으로 말한다.

그런데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V리그 6년 차 외국인 선수 KB손해보험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는 달랐다. 그는 한국어를 읽거나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실력은 아니지만 또박또박한 한국어 발음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 13일 경기도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의 경기 후 있었던 일이다. 이날 경기는 27점을 뽑은 비예나를 앞세워 KB손해보험이 삼성화재를 세트 스코어 3-0(25-14 25-22 25-16)으로 완파했다. 화끈한 스파이크 쇼를 앞세워 팀 승리를 이끈 비예나는 경기 후 관중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단지 "안녕하세요" 한 마디만 했을 뿐인데 장내는 술렁였고 배구 팬들은 그의 정확한 한국어 발음에 깜짝 놀랐다. 사회자는 비예나의 한국어를 들은 뒤 예정에 없던 새해 인사를 부탁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미션이었지만 비예나는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새해 인사를 했다.

한편, 비예나는 지난 2019-2020, 2020-2021시즌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데뷔했다. 데뷔 시즌부터 득점 1위, 공격 성공률 1위, 서브 2위를 하며 존재감을 뽐냈지만, 무릎 부상으로 한국을 떠났다. 이후 2022-2023시즌 대체 선수로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고 V리그로 돌아왔고, 지난 시즌에는 득점왕에 오르며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우뚝 섰다.
올 시즌도 득점 2위(696점), 공격 성공률 2위(53.65%), 후위 공격 성공률 4위(55.21%), 퀵오픈 성공률 1위(62.57%)에 오르며 변함없는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비예나가 배구 팬들에게 한국어로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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