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애서가이자 장서가였던 헤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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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정선영] “애들이 만화책만 보는데 괜찮아?” “뭐든 읽는 습관이 중요해. 그리고 만화책 생각보다 글밥 많아.” “그림만 보는 거 같은데?” “그게 상상력을 더 자극할 수도 있지. 또 보다 보면 자연스레 글도 보게 되어 있고.”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아이를 두고 있는 ‘절친’은 종종 내게 아이들 독서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다.

“저번에 준 그 책 큰애가 엄청 좋아하더라. 비슷한 책을 또 권해야 하나?” “나한테 묻지 말고, OO이 한테 물어봐. 비슷한 책 읽고 싶은지 다른 책 읽고 싶은지. 직접 자꾸 골라봐야 취향이란 게 생기지.” “아니 왜 책을 진득하게 못 보지?” “너는 진득하게 보냐. 나도 진득하게 못 본다.”

이렇게 말하는 친구는 사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도 책을 꽤 보는 편에 속한다. 자녀교육서도 꽤 많이 봤고, 책에 있어서는 나름의 기준이나 경향도 있다. 그럼에도 아이 독서 문제에 있어서는 책 만들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내게 자꾸 묻는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보면 1년에 100권을 읽는 사람도 많고, 한번 잡은 책은 두께에 상관없이 단숨에 읽어내는 사람도 꽤 있다. 반면 나는 1년에 내가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세어본 적도 없고, 읽다만 책도 집안 곳곳에 수두룩하다. 책을 읽다 밤새는 일은 마흔이 넘으면서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럼에도 내가 책을 사랑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은 책에 대한 찬가다. 애서가이자 장서가였던 그의 책 고르는 법부터 책 보관법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헤세는 책의 유명세나 인기도에 별로 개의치 않았으며, 인상 깊게 본 책은 꼭 다시 읽었다. 또 가치가 없는 건 가급적 장서로 들여놓지 않되 일단 검증된 책은 절대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책에는 헤세가 살았던 1910년대 독서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뭘러 씨나 마이어 씨 할 것 없이 다들 너무 많이 읽는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우리 같은 작가들에게 반가운 일이지, 불평하는 것은 오히려 어리석은 태도일지도 모르겠다”는 대목에선 현재 출판계 한 사람으로서 부러움이 느껴졌다. 그러다 “맥주를 마시거나 흥청청망하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책에는 그 10분의 1조차도 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싶다.

출판계에 몸담아오면서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였다. 뭔가 거창한 답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글쎄요” 같은 말밖에 하지 못했다. 늦었지만 내게 물었던 사람들, 더 나아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앞으로 책과 사랑에 빠지게 될 사람들에게 헤세의 말로 그 답을 대신한다.

“오직 하나의 원칙과 길이 있다. 그것은 읽는 글에 대한 경의, 이해하고자 하는 인내, 수용하고 경청하려는 겸손함이다.”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듯 책을 읽는 사람에게 책들은 자신을 활짝 열어 온전히 그의 것이 될 것이다.”

덧붙여 내가 본 책은 구판이다. 현재는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와 있다.

|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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