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장기간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던 SK온이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선점과 북미 합작법인(JV) 구조 재편이라는 ‘투트랙 승부수’를 던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력거래소가 진행한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우선협상 대상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전체 565메가와트(MW) 중 절반이 넘는 284MW(50.3%)를 확보하며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차 입찰에서 단 한건도 수주하지 못했던 부진을 단번에 만회한 셈이다. 반면 삼성SDI는 이번 2차 입찰에서 35.7%를, LG에너지솔루션은 14%를 추가적으로 확보했다.
양 기관은 이번 평가에서 ESS 설비의 화재 안전성과 산업 경쟁력 기여도 등을 중점적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번 입찰을 통해 전남 6곳과 제주 1곳 등 총 7개 부지에 ESS가 구축될 예정이다. 오는 25일 최종 물량이 확정되면 우선협상 대상 사업자들은 8월까지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하고, 내년 12월까지 설비 구축을 완료해야 한다.
이번 사업은 국내 배터리를 활용한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을 통해 전력 계통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력 생산이 수요를 초과하는 시간대의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집중되는 시점에 공급함으로써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구조다.
SK온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며 충남 서산 2공장 일부 라인을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연내 3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구축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향후 최대 6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해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 산업 기여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양극재·전해액·분리막 등 주요 소재 역시 국내 업체로부터 조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LFP 배터리 생태계 강화는 물론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가동률 개선과 직·간접적 고용 유발 효과 등 파급효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본업인 배터리 사업의 실적 부담은 여전하다. 지난해 배터리 부문 매출은 6조9782억원으로 전년(6조2666억원) 대비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과거 수십 퍼센트대 성장세와 비교하면 확연히 둔화된 흐름이다. 영업손실은 9319억원으로 전년(1조1270억원)보다 적자 폭을 줄였지만 흑자 전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에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북미 합작 구조를 재편하며 사업 효율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종속회사 블루오벌SK의 미국 켄터키 공장 유형자산을 6조699억원에 처분하기로 지난 10일 정정 공시했다. 이는 지난달 공시한 잠정치(5조8000억원)보다 약 2400억원 상향된 금액으로, 최신 자산 재평가 결과를 반영한 최종가다.
이번 거래는 현금 매각이 아닌 자산과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포드가 켄터키 공장 자산과 부채를 인수하는 대신, 보유 중이던 블루오벌SK 지분 50%를 유상감자 방식으로 소각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블루오벌SK는 SK온의 100% 자회사가 되며, 켄터키 1·2공장은 포드가, 테네시 공장은 SK온이 각각 단독 운영하게 된다.
독자 운영 체제로 전환되는 테네시 공장은 향후 SK온의 북미 전략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합작사 체제에서 벗어나 고객사 다변화가 가능해졌고, ESS용 배터리 생산 전환 등 제품 포트폴리오 운영의 유연성도 확보하게 됐다.
문제는 공장의 소유권이 포드로 넘어가면서 그 안에 담긴 배터리 핵심 공정 노하우와 설비 기술까지 함께 이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이니켈 배터리 제조 기술은 현행법상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어, 공장 건물뿐만 아니라 생산 라인 자산을 해외 기업(포드)에 매각할 때는 정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회사 측은 산업통상부의 국가첨단전략기술 수출 승인을 선행 조건으로 명시했다.
이와 함께 무인차량, 선박용 ESS, 전기버스, 도심항공교통(UAM)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분야로 공급처를 확대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ESS 시장 선점과 JV 재편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독자 운영 체제를 확보한 북미 사업이 향후 실적 개선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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