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HD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상급자 지위를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연이어 확인되며 조직문화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너 3세 경영을 본격화한 정기선 회장 체제에서 발생한 논란에 그룹 차원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11일 조선업계와 관계 당국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 건설기계 부문 HD현대건설기계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해 가해자에 대한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종교 강요부터 회식 자리 얼차려까지… 적발 사례 속출
HD한국조선해양의 부서장 A씨는 인사평가권을 이용해 부하 직원들에게 주말 특정 교회 예배 참석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심지어 평일에 개인 휴가나 출장을 내어 교회 행사에 동행하라는 압박까지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는 자체 조사를 통해 이를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고 징계를 완료했으며, 고용노동부 역시 조사 결과를 검토해 행정종결 처리했다.
비슷한 시기 HD현대건설기계 인천사업장에서도 팀장급 관리자가 신입사원 환영 회식 중 욕설을 내뱉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시키는 얼차려를 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회사는 해당 관리자를 즉각 보직 해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남성 중심·위계적 문화가 원인? 삭제된 ‘경영 책임론’ 기사 주목
업계에서는 서로 다른 계열사에서 유사한 문제가 터져 나오는 배경으로 HD현대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지목한다. 2025년 3분기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의 임원 50여명 중 여성은 사외이사를 포함해 단 4명(7%대)에 불과하다. 의사결정 구조가 남성 중심의 제조업 문화에 고착되어 있어, 상급자의 요구가 거부할 수 없는 지시로 통용되는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직장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러한 내용이 확산되며 “가해자 개인의 징계를 넘어 구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HD현대는 2025년 10월 정기선 회장 취임 이후 본격적인 오너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정 회장이 그룹의 미래 전략뿐만 아니라 현장의 리스크까지 직접 챙겨야 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이번 사건들은 지주사 차원의 과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HD현대가 HD한국조선해양의 지분 약 35%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도 이러한 책임론에 힘을 싣고 있다.
정 회장, '소통 문화' 중시...현장과 괴리 있어
정 회장은 올해 초 시무식에서 ‘소통 문화’를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하며 “위험 신호가 감지될 때 자유롭게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계열사에서 잇따라 드러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는 이러한 메시지가 현장까지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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