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경북교육청이 학교 산업안전 정책의 중심에 ‘위험성평가’를 두고, 사고 이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학교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위험성평가 정착을 통해 교육 공간을 보다 안전한 일터이자 학습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학교는 교직원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인 동시에 급식실과 실습실, 시설관리실, 청소․당직 업무 공간 등 다양한 작업환경이 혼재된 복합 공간이다. 하나의 장소 안에 여러 직종과 작업공정이 공존하면서, 잠재적 위험 요소 역시 복합적으로 분포돼 있다.
경북교육청은 이러한 학교 현장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할 때, 기존의 사후 대응 중심 안전관리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사고 발생 이후 원인을 분석하는 방식만으로는 다양한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기 어렵다고 보고, ‘위험성평가’를 학교 산업안전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설정했다.
경북교육청 소속 기관과 학교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약 3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그동안 학교는 산업안전 정책의 중심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다. 교육 기능이 강조되다 보니, 산업 재해 예방 관점에서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최근 몇 년간 학교 현장에서 발생한 산업 재해는 이러한 인식의 한계를 드러냈다. 급식실 화상 사고, 시설관리 작업 중 추락 사고, 청소․당직 업무 중 안전사고 등 사고유형은 점차 다양해졌고. 발생 빈도 또한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중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위험 요인들이 학교 곳곳에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단순히 ‘사고가 나면 조치한다’라는 접근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학교가 가진 복합적 작업환경을 고려할 때, 사고 이전 단계에서 위험 요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유사한 사고의 반복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이 확산했다.
위험성평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법적 의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오랫동안 어렵고 부담스러운 업무로 인식됐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학교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2019년에는 학교급식실이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에 포함됐고, 2020년 고용노동부 고시를 통해 시설관리, 당직, 운전원, 청소원 등 다양한 직종이‘현업업무종사자’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학교는 교육 공간을 넘어 종합적인 산업안전 관리 주체로서 해야 할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교 교직원은 산업안전 업무를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책임 구조와 복잡한 법령 체계는 현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고. 위험성 평가가 서류 중심, 형식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에 경북교육청은 위험성평가를 단순한 법적 의무가 아닌 ‘정책 과제’로 재정의했다.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학교 산업안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북교육청은 2021년부터 학교 위험성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 맞춤형 위험성평가 컨설팅’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핵심은 학교 현장의 실제 상황을 반영해 위험성평가를 ‘실행할 수 있는 안전관리 도구’로 바꾸는 것이었다.
컨설팅은 학교별 여건과 환경을 고려해 진행됐다. 급식실과 실습실, 시설관리 공간 등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작업장을 중심으로 실제 작업 흐름을 분석하고, 작업 단계별 위험 요인을 세분화해 도출했다. 단순히 위험 요인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또한 학교 구성원이 위험성 평가의 취지와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과 교육을 병행했다. 이를 통해 위험성평가는 ‘추가 업무’가 아닌 ‘사고를 줄이는 도구’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하기 시작했다.
학교 산업안전의 가장 큰 과제는 ‘인식의 전환’이었다. 위험성평가는 특정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구성원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공동의 업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경북교육청은 학교 현장에 직접 다가가는 1:1 맞춤형 컨설팅 모델을 구상했다. 모든 학교를 교육청 인력만으로 지원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기에,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지역 내 안전보건 전문 기관과 협력하는 방식을 택했다.
경북 지역은 약 49,500㎢에 달하는 광범위한 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기관과 학교를 합하면 1,000개가 넘는 사업장이 존재한다. 제한된 인력으로 모든 기관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전문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학교 현장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위험성 평가 컨설팅 체계를 구축했다.
2020년부터 100교를 대상으로 1년간 시범 운영을 시행했고, 매월 약 5개 기관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학교 현장의 실제 위험 요인을 발굴했다.
학교를 대상으로 한 위험성평가 컨설팅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2021년부터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위험성평가 컨설팅을 본격 확대했으며 동시에 전문 기관 확보와 개별업무 컨설팅 수요 증가에 대비해 추가 전문 기관 확보에 나섰다.
그 결과 경북․대구권 안전보건 전문 기관의 약 80%에 해당하는 총 9개 기관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협력체계를 통해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조사와 조치가 가능해졌고, 2022년에는 급식소 국솥 자체 결함으로 인한 폭발 사고 발생 시 전문 기관 네 곳이 투입돼 단기간 전수조사와 후속 조치를 완료했다.
위험성 확인 후에는 700여 개 조리교에 대한 전수 조치를 단기간에 완료하고, 필요시 교육청 예산을 직접 지원해 현장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경북교육청은 위험성 평가를 단발성 점검이 아닌 반복적 관리 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당 연 120만 원을 지원하는 구조를 도입해 △1차: 위험 요인 발굴 및 개선 대책 제시 △2차: 개선 대책 이행 여부 확인 및 추가 위험 요인 발굴 △3차: 재확인 및 안전조치 정착 등 3단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일회성 점검이 아닌, 반복적 점검을 통해 ‘안전 잠금장치’ 구축한다는 철학에 기반한 방식이다.
경북교육청 교육안전과는 위험성평가 전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안전보건 전문 기관과 상시 소통하고, 학교와 전문 기관 간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하며 연중 발생하는 주요 안전 이슈에 대해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과업지시서와 계약서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컨설팅 수행 인력의 전문성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이와 함께 전국 최초로 ‘아차사고 제도’ 아차사고는 실제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칫하면 중대 사고로 발전할 수 있었던 위험 상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미끄러질 뻔한 바닥 상태 △전선이 노출된 설비 △고정되지 않은 조리 기구 △작업 중 떨어질 뻔한 물건 등과 같이 ‘사고 직전 단계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발견․신고하는 제도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학교 현장에서 접수된 아차사고는 총 197건에 달하며, 경북교육청은 이에 대해 개선 조치와 예산지원을 통해 현장 안전 강화를 적극 지원
를 도입하여, 학교 구성원 스스로 위험 요인을 발굴하고 전문 기관과 협업해 대책을 마련하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경북형 위험성평가 모델은 현재 학교 현장에 상당 부분 정착됐다.
2025년 위험성평가 만족도 조사 결과, 컨설팅 전반에 대해 높은 수준의 만족도가 확인됐으며, 전문 기관 평가에서도 학교 여건을 고려한 운영 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두드러졌다.
전반적 만족도는 87%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실질적 수요에 부합하는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북교육청 위험성평가 정책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고가 난 뒤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위험성평가는 학교를 통제 대상이 아닌, 안전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 바라보는 정책적 전환이다.
경북교육청은 앞으로도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학교 산업안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안전한 학교가 곧 교육의 출발점’이라는 원칙 아래 사고 없는 교육환경 조성에 힘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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