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D-1개월…산업계 ‘교섭 쓰나미’ 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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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 신년 투쟁 선포식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행진하고 있다. /금속노조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산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노동계가 법 시행일에 맞춰 현대자동차, HD현대, 삼성전자 등 대기업 원청사를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교섭 공세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원청을 교섭 상대로 규정한 개정안이 본격 적용될 경우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원청 교섭 쟁취 투쟁’을 공식 선언했다. 이들은 법 시행일인 내달 10일을 전후로 대규모 원청 교섭 요구에 나설 방침이다.

금속노조는 지난 5일 청와대 앞에서 간부 및 조합원 2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청 교섭 쟁취 투쟁 선포식’을 열고, 원청 교섭 성사와 노조법 시행령 폐기를 촉구했다. 앞서 금속노조는 지난달 현대차를 비롯한 13개 원청사를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으며 참여 조합원은 700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교섭 요구에 응답한 원청사는 없다. 이에 금속노조는 투쟁을 통해 원청 교섭을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1000만명에 육박하고 임금 격차는 최대 6배까지 벌어졌다”며 “양극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원청 교섭을 쟁취해 빼앗긴 노동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조만간 정부에 세부 요구안을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내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르면 8월에는 산별 총파업에도 돌입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역시 노조법 시행에 맞춰 내달 10일 ‘투쟁 선포대회’를 개최하고, 4월에는 산별·업종별·의제별 결의대회, 7월에는 ‘원청 교섭 원년 쟁취’를 목표로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달부터는 반도체·에너지 등 국가 기간산업 대기업은 물론 보건·교육·공공 부문 전반에서 교섭 대상 원청을 선정해 교섭 요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산업별로는 건설산업연맹 플랜트노조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에쓰오일 등 주요 제조·에너지 대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사법 대응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4~5월 교섭 거부 실태를 조사한 뒤 부당노동행위 고발을 일제히 진행할 계획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개정안의 핵심인 노조법 2조(원청 사용자성 확대)는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을 하청 노조의 교섭 상대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 HD현대중공업처럼 사내외 하청업체가 수백~수천 개에 달하는 기업들은 대규모 교섭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법 3조(손해배상 청구 제한)에 대한 우려는 장치 산업에서 특히 크다. 석유화학나 철강 공정은 가동이 중단될 경우 재가동까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불법 점거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마지막 대응 수단으로 활용해왔으나,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노조 활동과 관련한 손해에 대해 개별 조합원에게 책임을 묻는 데 제약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 중단 이후의 법적 대응보다는 셧다운 이전 단계에서 노사 간 협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법 시행 이후에도 공정 중단을 둘러싼 갈등이 실제로 얼마나 억제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둘러싼 법적 다툼 가능성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개정 노조법과 관련해 사용자성에 대한 해석이 쟁점이 될 수 있는 만큼 당분간은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질 수 있어 향후 법적 검토와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경제계 전반에서도 시행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5일 “많은 기업들이 법 시행 이후의 파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부담이 크다는 입장 속에서도 법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에 맞춰 성실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제작한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가 적재함에 물품을 꽂아넣고 있다. /현대차

또 이번 법 시행이 기업들의 ‘탈(脫) 노동’을 부추겨 오히려 하청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미국 CES에서 공개된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언급하며 “미국 CES에서 공개된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는 많은 노동자에게 충격을 줬다”며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도입이 확산될수록 노동자의 일자리는 빠르고 심각하게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노란봉투법에 따른 교섭 리스크와 손배소 제한으로 인해 직접 고용이나 하청 유지 대신 ‘공정 자동화’와 ‘스마트 팩토리’ 전환을 선택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기술적 완성도는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르렀지만, 실제 현장 도입 여부는 전체적인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 반복 작업이 아닌 공정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 제조업 특성상, 중단 위험과 기술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로봇 도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라며 “경제성, 잠재 리스크 비용, 현장 적응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로봇은 여전히 사람보다 비용이 높고, 완전한 대체가 이뤄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노조법 개정이 자동화를 촉발하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지나치게 결정적 변수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노조법 개정에 대해선 “비정상적인 제도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닌 과거부터 요구돼 왔던 교섭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제도 밖에 방치돼 왔던 교섭 공백 지점을 정상화하려는 시도”라며 “이제는 이를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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