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희수 기자] 어뢰 배트가 아무한테나 다 좋은 게 아니다. 조건이 있다.
2025년 MLB를 뒤흔들어 놨던 어뢰 배트가 2026년 KBO에 상륙한다. KBO는 지난해 12월 26일까지 2026시즌 공인 배트 1차 접수를 받았고, 어뢰 배트가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스프링캠프에서 어뢰 배트를 활용하며 실전성을 검토하는 팀들도 있다.
어뢰 배트는 쉽게 말해 스윗 스팟을 손 쪽으로 더 당긴 배트다. 이 과정에서 배트 끝부분이 가벼워지면서, 배트 헤드는 더 가볍게 돌아가는 구조다. 전반적으로 배트 스피드와 컨트롤 향상에 초점을 맞춘 배트로, 타이밍이 조금 늦어도 배트가 덜 밀리고 용이해진 컨트롤과 빨라진 스피드를 통해 빠른 공 대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물론 장점만 있는 배트는 아니다. 배트 끝이 가벼워지면서 관성 모멘트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쭉쭉 뻗어나가는 맛은 조금 덜할 수 있다. 순수 파워와 풀스윙으로 승부하는 파워 히터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뢰 배트의 장단점으로 봤을 때 수혜자가 되기 위한 조건을 데이터로는 어떻게 정리해볼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우선 타구의 밀어치기 비율이 높은 선수들이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장타를 노리는 풀스윙 히터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배트이기도 하고, 타이밍이 살짝 밀려서 강제로 ‘밀어 쳐지는’ 타구가 많은 선수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이 높은데 최근 장타력은 떨어진 선수들도 재미를 볼 수 있다. 어뢰 배트는 없던 타구의 질을 마법처럼 만드는 배트가 아니라 타구의 질 자체는 괜찮은데 타이밍이나 배트 스피드 보완이 필요한 선수들에게 수혜를 주는 배트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직구 대처 능력이 떨어진 선수들에게도 효과가 클 가능성이 높다. 배트 스피드와 컨트롤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어뢰 배트를 통해 직구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 볼 여지가 있다.
놀랍게도 ‘스탯티즈’ 데이터 기준으로 이 세 가지 기준에 거의 완벽하게 부합하는 선수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이다. 고승민은 첫 번째 조건인 밀어치기 비율이 높은 타자에 해당한다. 2025시즌 고승민의 밀어친 타구 비율은 50.2%로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전체 3위였다(1위 문성주 55.2%, 2위 신민재 51.1%).

두 번째 조건인 높은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떨어진 장타력 역시 고승민에게 부합한다. 고승민의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은 18.2%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전체 9위에 해당했다. 전체 1위이자 홈런왕인 디아즈와도 1.7%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치다. 그러나 고승민의 홈런 개수와 2루타 + 3루타 개수는 모두 2024시즌 대비 10개씩이나 감소했고(홈런 14 → 4, 2루타 + 3루타 33 → 23), 순장타율(ISO)도 0.168에서 0.069로 크게 떨어졌다.
마지막 조건인 직구 대처 능력 감소는 앞선 두 가지 조건 이상으로 고승민에게 완벽하게 해당하는 문제였다. 고승민의 2024시즌 포심 상대 타율은 0.413으로 좋았다. 그러나 2025시즌에는 0.258까지 곤두박질치면서 무려 0.155가 떨어졌다. 직구 대처 능력의 감소가 지난 시즌 부진의 원인이라고 짚어도 무방할 수준이다.
종합하자면 데이터 상 ‘여전히 타구 질은 좋으나 최근 장타 생산력은 감소했고, 밀어치는 타구 비율이 높으며 직구 대처 능력이 급감한’ 고승민은 ‘타구 질이 이미 괜찮은 선수의 장타 생산력을 보완해 줄 수 있고 배트 컨트롤 향상을 통해 밀리는 타구를 줄일 수 있으며 배트 스피드 향상으로 직구 대처 능력을 올려줄 수 있는’ 어뢰 배트와 환상의 짝꿍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선수다.
데이터는 고승민을 어뢰 배트의 주인으로 강력 추천하고 있다. 과연 고승민이 어뢰 배트를 사용하게 될지, 또 사용한다면 기대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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