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유럽 누적 주행거리 2000만㎞. 이 숫자 그 자체보다 중요한 건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달렸는가다.
현대자동차(005380)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은 시범운행이나 데모 코스가 아니라 물류와 청소, 특장 작업의 현장에서 시간을 쌓아왔다. 수소 상용차가 가능성의 단계에서 운영의 단계로 넘어갔다는 판단이 가능한 지점이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2020년 10월 스위스에서 첫 운행을 시작했다. 이후 2024년 6월 1000만㎞를 넘겼고, 올해 1월 2000만㎞를 돌파했다. 단기간 급증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운행의 결과다.
상용차의 신뢰성은 단일 성능 수치로 증명되지 않는다. 혹서·혹한, 잦은 정차와 재가속, 중량 편차가 큰 화물 조건을 견디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 점에서 누적 주행은 가장 보수적인 검증 방식에 가깝다.
유럽 5개국에서 운행 중인 165대의 엑시언트는 냉장·냉동 밴, 청소차, 후크리프트 컨테이너, 크레인 등 다양한 특장으로 쓰인다. 이는 파워트레인의 범용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비 체계, 충전인프라 연계, 운행 패턴의 안정성이 함께 성립해야 가능한 구성이다.

독일에서는 수소 상용차 임대 전문기업을 중심으로 110여대가 슈퍼마켓 체인 물류에 투입됐다. 프랑스는 파리·리옹·페이 드 라 루아르·부르고뉴 등 지역에서 청소·특장 작업에 활용하고 있다. 스위스·네덜란드·오스트리아 역시 식료품과 음료, 공업 섬유 물류에서 실사용 중이다. 특정 산업에 갇히지 않았다는 점이 이 모델의 운영 적합성을 설명한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디젤 상용 트럭이 같은 거리를 달렸을 때와 비교하면 약 1만3000톤의 탄소배출을 줄인 효과가 있다. 소나무 150만 그루의 연간 흡수량에 해당한다는 환산도 가능하다.
다만 기업 전략 차원에서 더 중요한 건 주행거리·수소 소비량·연료전지 성능에 관한 대규모 실증 데이터다.
현대차는 이 데이터를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기술에 반영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수소 상용차의 난제는 효율 향상만이 아니다. 내구 수명과 성능 저하 곡선을 얼마나 완만하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누적 주행 데이터는 연구실 시험으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유럽의 성과는 북미로 이어졌다. 진출 3년 만에 누적 100만마일(약 160만㎞)을 달성했다. 캘리포니아 항만 탈탄소화 프로젝트(NorCAL ZERO), 조지아 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Group Metaplant America, HMGMA)의 친환경 물류체계(HTWO 로지스틱스 솔루션),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 등에서 총 63대가 운영 중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적용 환경의 선택이다. 항만과 공장 물류는 주행 패턴이 일정하고, 규제와 인프라 연계가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이는 기술 확산의 속도보다 안정적인 정착을 우선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2000만㎞는 수소 상용차가 언제 대중화될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대신 어디에서 먼저 자리 잡는지를 보여준다. 물류와 특장, 항만과 공장이라는 구체적 현장 속에서 수소는 이미 연료가 아니라 운영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현대차가 이 성과를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소 상용차의 경쟁력은 선언이 아니라 운행 기록으로 증명되기 때문이다. 누적 주행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 축적이 곧 다음 단계의 기준이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위스에서 첫 발을 내딛었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유럽 각 지역 진출에 이어 북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는 등 전 세계 파트너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배출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는 수소생태계 구축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으며, 수소 상용차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친환경 모빌리티 솔루션으로서의 가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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