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 이하 한국타이어)가 2025년 글로벌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21조2022억원, 영업이익 1조8425억원을 기록했다. 외형과 수익성 모두에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숫자만 보면 호실적이지만, 이번 실적의 핵심은 규모 그 자체보다 성장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 있다.
2025년 타이어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9.6% 증가한 10조3186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1조6843억원이다. 특히 4분기에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2조7537억원)과 함께 영업이익 4850억원을 기록했다.
이 성장은 단순한 판매량 확대의 결과라기보다 제품 믹스 변화에 따른 질적 성장에 가깝다.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 매출 가운데 18인치 이상 고인치 제품 비중은 47.8%까지 올라섰고, 신차용 타이어 가운데 전기차(EV) 전용 타이어 비중도 27%를 차지했다. 한국타이어가 '많이 파는 회사'에서 '비싸게 파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몇 년간 프리미엄 전략을 명확히 고인치 타이어와 전기차 전용 타이어로 압축해왔다. 2025년 실적은 이 전략이 숫자로 확인된 첫 해에 가깝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타이어에 요구되는 조건이 까다롭다. 중량 증가, 즉각적인 토크, 정숙성 등 복합적인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이 영역에서 기술력은 곧 진입장벽이고, 단가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고인치 타이어 역시 완성차 프리미엄화 흐름과 맞물리며 구조적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한국타이어의 실적 개선은 이 두 축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다.

2025년 한국타이어는 △포르쉐 △BMW △샤오미 △루시드 모터스 △쿠프라 △기아 등과의 신차용 타이어(OE) 파트너십을 확대했다.
현재 전 세계 40여개 브랜드, 300여개 차종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 중이다. OE 공급은 단기 매출보다 기술 검증과 브랜드 포지셔닝 측면에서 의미가 더 크다. 완성차 브랜드의 선택은 곧 해당 타이어가 △성능 △품질 △안정성에서 일정 기준을 통과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 역시 상징적 존재를 넘어 실질적인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한국·북미·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교체용(RE) 시장까지 영향력을 넓혔고, 프리미엄 EV 브랜드 신차용 공급도 확대 중이다.
아이온 제품군은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빌트(Auto Bild)의 타이어 테스트에서 최우수(Exemplary) 등급을 받았고, 영국 왓타이어(WhatTyre) 어워드에서는 올해의 전기차 타이어로 선정됐다. 기술 마케팅이 아니라, 외부 검증을 통해 축적된 신뢰다.
2024년부터 한국타이어 자회사로 편입된 한온시스템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2025년 한온시스템의 매출은 10조8837억원, 영업이익은 27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4.5%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계열 편입 효과라기보다, 열관리 기술의 전동화 수요 확대와 맞물린 구조적 개선으로 해석된다. 한국타이어 그룹 차원에서 보면, 타이어와 열관리라는 두 축이 동시에 성장 궤도에 올라선 셈이다.
한국타이어는 FIA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FIA 포뮬러 E 월드 챔피언십,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등 70여개 글로벌 모터스포츠 대회에 레이싱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이 활동은 단순한 브랜드 노출이 아니라 극한 조건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초고성능 타이어 개발로 환원하는 구조다. 프리미엄 이미지는 결과이고, 실제 가치는 기술 축적에 있다.
한국타이어는 2026년에도 매출 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미국 테네시 공장과 유럽 헝가리 공장의 증설을 통해 공급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승용차·경트럭용 신차용 타이어 매출 가운데 고인치 비중 51%, 전기차 타이어 비중 33% 이상을 목표로 한다.
이번 실적은 하나의 결론을 보여준다. 한국타이어의 성장은 더 이상 타이어를 많이 파는 구조에 머물지 않는다. 어떤 차에, 어떤 기술로, 어떤 가격대의 제품을 공급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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