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헤알화보다 더 흔들렸다…“고환율 구조적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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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2020년 이후 원화 가치는 일본 엔화와 브라질 헤알화 등 주요국 통화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며 변동성도 빠르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고환율 국면 속에서도 원화의 약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것은 단기 충격을 넘어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국책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박지원 부연구위원과 김효상 국제금융팀장은 13일 발간한 ‘최근 환율 추세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의 특징으로 평균 수준의 구조적 상승과 변동성 확대를 지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은 2021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평균 1300원을 웃도는 고환율 기조가 고착화됐다. 이와 함께 하루 변동 폭이 10원 이상인 ‘급변동일’의 비중도 2010~2019년 6.46%에서 2021~2025년 11.63%로 확대되며 환율 변동성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2020년 이후 원화의 평가절하 속도는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빠른 수준으로 나타났다. 원화는 일본 엔화, 브라질 헤알화, 인도 루피화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절하 폭을 기록하며 글로벌 통화 약세 흐름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큰 흔들림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원/달러 환율의 이례적인 움직임은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달러 강세에 더해 해외 투자 확대와 환율 상승 기대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됐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요인과 높은 동조성을 보였으며, 2020년 이후에는 달러인덱스 변동이 환율 상승에 미치는 기여도가 유의하게 커졌다.

글로벌 요인을 제외한 환율 변동 요인으로는 대내외 투자 흐름의 영향이 확대된 점이 두드러졌다. 특히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가 원/달러 환율 변동을 설명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며 구조적인 달러 수요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율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환율 상승 기대가 강화됐고, 최근에는 환율 쏠림 현상까지 발생해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대외자산 구조와 글로벌 금융 여건을 감안할 때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글로벌 불확실성 재확대나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 성장 우위가 지속될 경우 달러 강세 국면이 재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25년 환율 추이/최주연 기자

이에 따라 외환당국은 환율이 원칙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급격한 쏠림으로 시장 기능이 훼손될 경우에 한해 질서 있는 거래를 지원하는 범위 내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상시적 개입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규칙 기반의 운영과 정책 투명성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외생적·구조적 요인의 비중이 커질수록 당국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충격의 영향이 확대된다”며 “일관된 정책 대응을 통해 시장과 경제주체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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