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26년 새해에도 은행에서 돈 빌리기는 쉽지 않다.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로 갈아타기는 쉬워졌다. 그런데 신규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다.
이유는 단순하다. 올해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총량 규제는 개인 한 명의 한도가 아닌 금융회사 한 곳이 일정 기간 빌려줄 수 있는 전체 가계대출의 한계치를 말한다. 은행이 대출을 얼마나 해줄 수 있는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가 아무리 대출을 원해도 은행이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새해가 됐다고 해서 갑자기 대출 문이 열리지 않는 이유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방향이 더해진다. 바로 '생산적 금융'이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지속하면서 기업·소상공인·중저신용자 대상의 정책서민금융은 확대했다.
쉽게 말해 은행이 돈을 쓰는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가계대출 총량이 고정된 상태에서 정책서민금융 비중이 커지면, 그만큼 일반 가계대출로 돌아갈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책서민금융 역시 가계대출 범주에 포함되는 만큼, 특정 영역을 늘리면 다른 영역이 줄어드는 구조다.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기존에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중도상환수수료율이 일률적으로 부과됐다. 하지만 올해에는 은행이 실제로 부담한 이자 손실과 자금 재조달 비용만 반영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중도상환수수료율이 낮아져 소비자 입장에서는 조기 상환이나 대출 갈아타기 부담이 줄어들었다.
아울러 은행권 대출 상품 금리가 고점 대비 낮아지면서, 대출을 갈아타기에는 분명 유리한 환경도 만들어졌다. 기존 대출을 정리하고 더 낮은 금리로 옮기는 선택지가 넓어진 셈이다.
다만 은행의 시선은 다르다. 중도상환수수료가 낮아질수록 대출은 언제든 조기 상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이 기대했던 이자 수익이 불확실해졌다는 얘기다. 특히 장기·고정금리 가계대출일수록 은행의 부담은 커진다. 이런 구조에서는 은행이 신규 가계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릴 이유는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대출 심사는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가계대출은 금리 경쟁의 대상이 아닌 관리의 대상이 됐다. 대출 조건이 세분화되면서 차주의 소득 구조와 기존 부채 상태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 예전 같으면 가능했을 대출이 막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정책서민금융은 확대됐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새희망홀씨 상품은 은행권 공급 규모가 연 4조원 수준에서 오는 2028년 6조원까지 확대된다.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지 않는 대신, 자금이 흘러가야 할 곳을 정책적으로 정해두는 방식이다.
일부 정책서민금융 상품의 금리도 내려갔다. 연 15.9% 수준에서 12.5%로 낮아졌고, 성실 상환 시 체감 금리는 5~6%대까지 내려간다. 금융권 서민금융 출연금도 연간 4000억원대에서 6000억원대 수준으로 확대된다.
문제는 이같은 정책 변화가 총량 규제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 취지는 분명하지만, 총량이 고정된 상태에서는 정책서민금융이 늘어날수록 일반 가계대출로 돌아갈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을 원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상 '대출이 더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생긴다.
당국의 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가계대출을 관리하고, 자금 흐름을 생산적·포용적 금융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소비자 체감의 간극은 여전히 숙제다. 정책 효과가 숫자로만 설명되는 동안, 소비자가 느끼는 대출 환경은 오히려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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