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수수료 장벽 뚫은 '서학개미'…순매수 '역대 최대'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과 1470원대를 돌파한 고환율 장벽도 미국 주식을 향한 서학개미들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3시2분 기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10.10원 오른 1470.0원을 가리키고 있다. 이날 환율은 3.7원 오른 1461.3원으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확대하며 외환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환율 폭등세에도 서학개미들의 매수세는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19억4200만달러(약 2조8351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연초 기준 최대 규모로, 작년 동기(13억5700만달러)보다 43% 급증한 수치다.

특히 이번 매수세는 국내 증시의 역사적 고점 돌파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증권가의 이목을 끈다. 코스피가 4600선 안착에 성공하며 상승장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은 국내 시장의 '안도 랠리'보다 미국 빅테크의 독보적인 '성장 모멘텀'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있다.

더불어 최근 주요 증권사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그간 파격적으로 내걸었던 '환전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잇따라 종료하거나 축소하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메리츠증권을 비롯, 키움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수수료 면제나 환전 우대 혜택을 중단하거나 조기 종료하며 투자 비용이 상승했지만, 서학개미들의 미국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460원대의 기록적인 고환율과 수수료 부활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미국 빅테크 주도주들이 보여주는 수익률이 비용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확신이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이달 들어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쓸어담은 종목은 테슬라였다.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4억2257만달러(약 6178억원) 순매수하며 압도적 1위에 올렸다. 이어 테슬라 주가 상승의 2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TSLA 불 2X' ETF를 3억481만달러(약 4457억원)어치 사들이며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1억7689만달러), 뱅가드 S&P 500 ETF(1억3729만달러), 알파벳(1억1333만달러) 등이 순매수 상위권에 포진했다.

문제는 정부의 환율 방어 정책과 시장의 수급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조적 모순'이다. 앞서 외환 당국은 환율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고강도 구두 개입과 함께 시장에 달러를 내다 파는 매도 개입을 단행해왔다. 

실제로 지난달 말 당국의 강력한 의지로 환율이 단 3거래일 만에 53.8원이나 급락하며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환율은 새해 들어 다시 1460원선을 돌파하며 반등했다.

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에 공급한 달러 유동성이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매수 자금으로 즉시 흡수되는 기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정부의 외환수급 대책 및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발표 이후 환율이 급락하자 달러 저가 매수 수요가 유입된 영향으로 보인다"며 "연말 세제 혜택 등을 위해 주춤했던 해외주식 순투자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정부가 원화 가치 폭락을 막기 위해 쏟아부은 달러가 역설적으로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 쇼핑을 뒷받침하는 자금원이 돼 다시 국외로 유출되는 셈이다. 

정부가 자본 복귀 유인책을 검토 중이지만, 코스피 4600선 돌파조차 미국 시장의 상대적 수익률 편차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당국이 공급하는 달러가 자본 유출을 가속화하는 구조적 모순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외환당국이 지속적으로 환율 안정 의지를 보이고 있어 추가로 수급 대책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8일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현재 환율이 펀더멘털과 괴리돼 있는 만큼 정책당국이 단호하고 일관된 정책 노력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후속 조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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