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로사 기자] 자고 일어나면 기억을 잃는 여자와, 매일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주겠다는 남자. 풋풋한 청춘 멜로를 기대했다면 만족할 수 있지만, 원작이 남긴 감동을 떠올린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동명의 일본 소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한국판 영화로 재탄생했다.
영화는 사고로 인해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고등학생 서윤(신시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기억이 리셋되는 서윤은 같은 학교 학생 재원(추영우)에게 고백을 받게 된다. 서윤은 '학교에선 말 걸지 않기', '연락은 간단하게', '진짜 좋아하지 말기' 세 가지 조건을 걸고 재원과 풋풋한 연애를 시작한다. 하지만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서윤은 버스에서 잠에 들어버려 기억을 잃은 채로 깨어나게 된다. 그 비밀을 알게 된 재원은 서윤을 매일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서로에게 진심이 된 것도 잠시, 두 사람의 앞에 예상치 못한 일이 닥친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는 전 세계 130만 부 이상 판매된 이치조 미사키의 베스트셀러 소설(2019)을 원작으로 한다. 인기에 힘입어 2022년 일본판 영화로 제작됐고, 국내에서 12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가족의 갈등도 주요 스토리였던 원작과 달리, 한국판 '오세이사'는 각색 과정에서 사랑과 청춘의 감정선에 집중했다. 아버지와 딸의 갈등을 삭제하는 대신 재원과 서윤 그리고 지민(조유정), 태훈(진호은)의 관계성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그 덕에 재원과 서윤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주연을 맡은 추영우와 신시아는 20대를 대표하는 배우답게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성격의 재원 역은 '중증외상센터', '옥씨부인전' 등으로 연기력을 입증한 추영우가 맡아 청춘의 얼굴을 그려냈다. 신시아도 선행성 기억상실증에도 밝은 에너지를 가진 서윤으로 분해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작 속 남자주인공과의 싱크로율이다. 원작의 카미야 토오루는 어머니에서부터 이어온 심장병으로 인해 병약미가 강조된 인물. 반면 추영우는 186cm의 장신에 튼튼한 체격으로 병약미와는 거리가 멀다. 중후반부에 들어서부터는 몰입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추영우 역시 이 부분에 우려를 드러내며 "촬영 때 88kg였는데 지금 74kg이다. 말라야 분위기가 있으니까 다이어트를 했는데 잘 안 빠지더라. 촬영이 끝난 지금에서야 빠져서 (영화에는 근육이 있는 상태로) 담겼다. 좀 아쉬운 부분이다"라고 털어놨다. 원작과는 거리가 먼, 자신만의 캐릭터를 그려낸 추영우가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원작의 감동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추영우와 신시아의 얼굴합을 보는 재미는 보장한다. 24일 개봉. 12세 관람가.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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