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선배정에 8.4조 보증까지… 고려아연, ‘불리한 합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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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에 건설이 추진 중인 고려아연 합작 제련소 사업을 둘러싸고 자금 구조가 ‘투자’가 아닌 대규모 차입과 채무보증 중심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뉴시스
미국 현지에 건설이 추진 중인 고려아연 합작 제련소 사업을 둘러싸고 자금 구조가 ‘투자’가 아닌 대규모 차입과 채무보증 중심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건설과 관련해 대규모 차입과 채무보증이 수반된 자금 구조를 두고 “미국의 투자”라고 설명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상환 의무가 있는 차입금임에도 고려아연이 신용 위험을 대부분 부담하는 구조인데, 이를 ‘투자’로 포장해 자금 조달의 실체를 흐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방어 논란의 초점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 채무보증 동반한 차입… ‘미국 투자’ 포장 논란

22일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이 자금 조달 구조와 그에 따른 주주 가치 영향, 그리고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는 핵심 비판을 다른 쟁점으로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고려아연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미국 사업에 대해 “미국이 제련소 건설 자금의 91%를 부담한다” “미국 정부·전략적 투자자·글로벌 금융기관이 함께 투자한 사례”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 구조를 들여다보면 상당 부분이 ‘투자’가 아닌 ‘차입’이며, 그 차입에 대해 고려아연이 전액 보증을 제공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작법인(JV) 설립 구조상 미국 정부로부터 조달되는 12억5,000만 달러는 상환 의무가 있는 차입금이다. 또한 고려아연이 출자해 설립하는 미국 현지 사업법인이 조달하는 46억9,800만 달러(약 7조원) 역시 장기 신디케이트론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조달되는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빌려주는 금융 구조로 통상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번 건의 경우 고려아연이 해당 차입 전액에 대해 채무보증을 제공하는 만큼 금융권에서는 “형식만 합작대출일 뿐 실질적으로는 고려아연이 단독 차입에 준하는 재무 부담을 떠안는 구조”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들 차입에 대해 최대 2040년까지 총 8조3,90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제공한다. 회계·재무 관점에서 전액 채무보증이 수반된 차입은 사실상 보증 회사가 직접 차입한 것과 유사한 위험을 부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이 같은 구조를 ‘미국의 투자’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최윤범 회장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방어 논란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제련소 사업과 관련해 8조원이 넘는 채무보증 부담과 지분 선배정 구조가 회사와 주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뉴시스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제련소 사업과 관련해 8조원이 넘는 채무보증 부담과 지분 선배정 구조가 회사와 주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뉴시스

차입 금리를 ‘저리 정책금융’으로 규정한 부분도 논란거리다. 고려아연은 해당 차입에 대해 “미 국채 10년물 금리에 175bp를 가산한 저리 자금”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부담 수준은 다르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고려아연이 최근 국내에서 발행한 1조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금리는 3~5년물 기준 모두 3%대 초반이었다. 반면 미국 신디케이트론 금리는 평균 6%에 달해 국내 조달에 비해 2~3%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미국 현지 차입이 모두 실행될 경우 연간 이자 비용만 약 4,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재무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자금을 ‘저리 자금’ 혹은 ‘특혜 금융’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윤범 회장 측은 미국 정부가 인허가·정책 조율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구체적 근거와 구조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 JV 지분 구조와 비용 부담, 수익 배분 방식, 미국 정부에 대한 신주인수권 부여 여부, 그리고 현지 운영법인과 JV 간 핵심 계약 조건 등 핵심 정보가 충분히 공시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제기된 ‘고려아연 지분 10%가 최종 합작계약 체결 이전에 이미 합작법인에 배정된 구조’에 대한 논란과 이번 재무 구조 논쟁이 겹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종 합작계약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합작법인이 지분을 그대로 보유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재무 부담과 신용 위험까지 고려아연 측에 집중되는 구조라면 회사와 주주가 떠안게 될 리스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권리와 책임은 불명확한데 지분과 부담만 앞서 이전되는 비대칭 구조”라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문제의 본질은 미국 제련소 건설이나 한미 협력이 아니라,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 목적을 위해 설계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라며 “고려아연이 전액 채무보증이 수반된 차입을 ‘미국의 투자’로 설명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저리 자금’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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