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을사년(乙巳년) 건설·부동산 시장은 고금리와 자금 경색, 규제 강화가 동시에 작용하며 구조적 변곡점을 맞았다. 거래와 분양은 위축됐고, 개발과 건설 현장에서는 금융 부담과 리스크가 한꺼번에 부상했다. 그러나 올해를 단순 침체로만 규정하기엔 시장 작동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 분명하다. 이번 결산 특집을 통해 규제가 만든 시장의 틀, 그 안에서 선택된 호재 그리고 리스크가 촉발한 건설업 구조 전환을 차례로 짚는다.

2025년 부동산 시장을 관통한 가장 직접적 변화는 거래 감소였다. 서울과 수도권 주택 거래량은 전년 대비 크게 줄었고, 관망세는 연중 이어졌다. 수치만 보면 시장 자체가 멈춘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러나 거래 감소 양상은 균일하지 않았다. 같은 규제 환경에서도 교통 인프라와 공공 정비사업이 확정된 지역에서는 수요가 완전히 이탈하지 않았고, 반대로 레버리지 의존도가 높은 개발 사업은 빠르게 밀려났다.
거래는 줄었지만 수요의 위치와 성격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었다. 규제가 시장 전반을 일괄적으로 눌렀기 때문이 아닌, 감당 가능한 수요와 그렇지 않은 구조를 가려낸 결과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이에 10·15 대책 이후 거래·수요·자금 흐름 변화 중심으로, 규제가 어떤 기준으로 시장을 재편했는지를 수치로 살펴봤다.
◆10·15 규제 방향은 "차단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10월15일을 기점으로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핵심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재지정하며 이른바 '3중 규제 체계'를 복원했다. 여기에 △주택담보인정비율(이하 LTV) 40% 일괄 적용 △주택 가격 구간별 대출 한도 제한 △다주택자 세제 중과 등까지 더해지며 시장에서는 '고강도 규제 회귀'라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 10·15 규제 효과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규제 이후 전년 대비 약 45~55% 감소한 수준까지 위축됐다. 수도권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30~40% 안팎 거래 감소가 이어졌다. 일부 달에는 규제 직전 평균 대비 거래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며 단기 충격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다만 이번 규제 초점은 이전처럼 가격을 직접 누르거나 거래를 일괄 차단하는 방식과는 달랐다. 가격 자체보다 자금이 시장 안에서 어떤 경로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와 과도한 레버리지 활용은 차단하되, 실거주 및 중장기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영역은 관리 대상으로 남겨둔 구조다.
정부 역시 규제 기조와 관련해 "시장 과열은 막되, 실수요와 중장기 공급까지 위축시키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선별적 규제 원칙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거래는 급감했지만…수요는 분명 "재배치"
규제 이후 시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 변화는 거래량 급감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년 대비 50% 안팎 줄었고, 수도권 역시 30% 이상 감소하며 관망세가 짙어졌다. 특히 다주택자·법인 거래 비중이 높은 강남권·용산·주요 업무지구 인접 지역에서는 거래량 감소 폭이 60% 안팎에 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이런 거래 감소가 곧바로 수요 소멸을 의미하진 않았다. 지역·유형별 격차가 뚜렷하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교통 인프라가 확정됐거나 공공이 일정 부분 관여하는 정비사업 구역에서는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실제 GTX 노선 인근을 포함해 △도시철도 연장 구간 △공공 정비사업 지역 등의 경우 규제 이후에도 감소 폭이 15~25% 수준에 그쳤다. 이는 시장 평균 감소 폭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거래 주체 구성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규제 이후 다주택자·법인 매수 비중은 급감한 반면, 생애 최초 구입자 및 1주택 갈아타기 수요 비중은 상대적으로 유지됐다.
업계에서는 "전체 거래량은 줄었지만, 실거주 목적 거래 비중은 지난해와 비교해 오히려 높아진 흐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거래 건수는 감소했지만 거래 성격이 투자 중심에서 실수요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가격 흐름 역시 이런 수요 재배치를 뒷받침하고 있다. 거래량 급감에도 불구, 교통 호재 확정 지역이나 공공 정비사업 인근에서는 가격 조정 폭이 제한적이었다.
서울 전체 평균 아파트 가격은 보합 내지 소폭 하락 흐름을 보였지만, 일부 핵심 입지의 경우 제한적 상승세가 유지되기도 했다. 즉, 거래는 줄었지만 가격이 급락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요가 완전히 이탈하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규제 틈새서 자라난 '사기 유혹의 손길'…레버리지 개발과 지역주택조합
반면 규제 환경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영역은 레버리지 의존도가 높은 민간 개발 사업과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 모델이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 금리는 전년 대비 2~3%p 상승했다. 중소 시행사 및 리스크가 큰 사업장의 경우 연 9~11% 수준까지 치솟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실제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분양 지연이 겹치면서 금융 비용 부담은 빠르게 누적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같은 사업장 기준으로 연간 금융 비용이 전년 대비 30~50%가량 늘어난 사례도 확인된다"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문제는 사업 기간이 당초 계획보다 1~2년 이상 지연되거나, 추가 분담금 부담이 발생하는 지주택 사례도 잇따랐다는 점이다.
지주택은 토지 확보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 구조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사업 방식이다. 금융 환경이 경색되자 △토지 보상 지연 △조합 운영비 증가 △금융 비용 부담 등이 동시에 커지며 조합원 갈등도 확대됐다.
정부가 지주택 전수조사 및 제도 개선 검토에 착수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행 지주택 제도는 현재 금융·규제 환경과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지주택 사업의 과정에서 분쟁·부실 운영 문제가 많다며 제도 개선을 지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전국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문제가 있다"라며 "실태 조사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을사년 건설·부동산 시장은 규제가 '무엇을 막았는지'보단 '무엇을 남겼는지'가 더 중요했다. 거래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급감했지만, 감소 폭은 지역 및 유형에 따라 명확히 엇갈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건설·부동산 시장은 단기 투기 수요와 레버리지 기반 개발은 규제 이후 빠르게 위축됐으며, 교통·정비·공공 공급 등 정책적으로 관리 가능한 영역은 시장 중심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라며 "이는 규제가 완화될 경우 과거 시장으로 곧바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시장 모두가 전년 대비 어떤 수요가 사라졌고, 어떤 구조가 유지됐는지를 숫자로 확인한 분기점에 가깝다"라며 "올해 10·15 대책을 포함한 각종 규제는 시장을 멈추게 한 장벽이 아닌, 다음 국면을 준비하기 위한 구조 재편의 출발선"이라고 첨언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