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정부가 연말까지 석유화학 구조조정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기한 연장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석유화학 기업들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구조조정안 협상이 막판 스퍼트에 들어갔다. 여수에선 LG화학이 GS칼텍스와 합작법인(JV)를 논의 중이며 여천NCC는 감축 규모를 두고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울산에선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산부는 이날까지 석유화학 사업 재편안을 제출하라고 석유화학 기업들에 요구했다. 이는 제출된 계획안을 신속히 검토한 뒤 종합 대책을 마련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기 위한 방침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해당 방안에는 에틸렌 생산량 감축 목표를 연간 270만~370만톤(t)으로 설정하고 석유화학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사업 재편 계획서를 이달 말까지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정부는 각 기업의 재편안을 검토한 뒤 맞춤형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산업부에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을 물적 분할한 뒤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식의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요청하며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번 재편안이 승인될 경우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은 폐쇄될 예정이다. 가장 먼저 구조조정안을 제출한 만큼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채권금융기관들은 지난 16일 양사를 사업재편기업으로 선정하고 채무 만기 연장을 결정했다. 이르면 내년 2월께 최종 패키지 지원 방안이 의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도 사업 재편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수 산업단지에 공장이 있는 LG화학과 GS칼텍스는 산단 내 위치한 가장 규모가 크고 설비가 노후한 LG화학 제1공장(120만t)을 폐쇄하는 걸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양사는 합작법인(JV)을 세운 뒤 비교적 최신 시설인 제2공장(90만t)을 공동 운영하는 것을 큰 틀로 잡고 세부적인 사항들만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여수 산단에 있는 여천NCC에서는 공동 주주인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DL케미칼은 생산 규모가 큰 1·2공장(각 90만t) 중 한 곳을 폐쇄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한화솔루션은 현재 여천NCC에서 생산량의 60%가 넘는 140t의 에틸렌을 공급받고 있어 자사에 공급되는 원료 수급망이 붕괴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에쓰오일,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사업 재편 용역을 맡기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현재는 다운스트림 설비 최적화와 NCC 설비의 합리적 조정을 중심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연간 66만 톤 규모의 SK지오센트릭 NCC 설비를 폐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에쓰오일이 추진 중인 ‘샤힌 프로젝트’를 감축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가동 시 연 180만t 규모의 에틸렌 추가 생산이 가능해지는 대형 투자로, 이는 현재 울산 온산산업단지의 전체 생산능력(176만t)을 웃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생산 감축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3사 모두 에틸렌 생산 규모를 일정 부분 줄이는 방안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은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향후 대내외 위기에 대해 각자도생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자구책 마련을 유도해 왔다.
이날까지 사업 재편안 제출이 마무리되면 석유화학 산업의 체질 개선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 장관은 다음 주 초 석유화학 기업들과 만나 제출된 재편안을 토대로 정부의 지원 방안과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경우 제출안이 아직 협의 단계에 있어 지켜봐야 할 부분이 남아 있지만, 이번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다”며 “채권단을 중심으로 금융 지원이 이뤄진다면 업계 전반에 다시 회복의 실마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