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투병에도 공연장 찾던' 배우 윤석화 별세…영원한 무대 위 슈퍼스타 [종합]

마이데일리
윤석화 / 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배우 윤석화가 19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그는 연기자에 머물지 않고 제작과 연출, 공연 기획까지 아우르며 한국 공연계의 지형을 넓힌 예술가였다.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무대에 오른 윤석화의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킨 작품은 1982년 실험극장에서 초연된 '신의 아그네스'였다. 당시 미국 뉴욕에서 공부 중이던 그는 번역을 맡는 동시에 주인공 아그네스 역으로 무대에 섰다. 이 작품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국내 연극계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웠고, 단일 작품으로 관객 6만5000명을 동원해 침체돼 있던 연극계에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화는 이 작품으로 1983년 제1회 여성동아대상을 수상하며 20대 후반의 나이에 연극계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에도 그의 무대는 쉼이 없었다. 1992년 1인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 '덕혜옹주' 등 굵직한 연극 작품을 통해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뮤지컬에서도 '명성황후'의 초대 명성황후 역을 비롯해 '사의 찬미', '아가씨와 건달들', '마스터 클래스' 등으로 관객과 만났다. 영화 '레테의 연가'(1987), '봄눈'(2011) 등 매체를 가리지 않은 활동 역시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윤석화는 제작자로서도 족적을 남겼다. 자신의 이름을 딴 돌꽃컴퍼니를 설립해 만화영화 '홍길동'을 제작했고, 1999년에는 공연예술계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2013년까지 발행인을 맡았다. 2002~2019년에는 정미소를 운영하며 공연 생태계의 기반을 다졌다.

연극 데뷔 전에는 CM송 가수로도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부라보콘’, ‘오란씨’ 광고 송의 목소리 주인공이었고, 커피 CF의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라는 대사는 유행어가 됐다. 예술 활동 밖에서도 그는 입양 문화 활성화에 힘썼다. 2003년과 2007년 아들과 딸을 입양해 공개적으로 입양을 알렸고,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마지막까지 무대에 대한 열정은 그의 식지 않았다. 2022년 10월 악성 뇌종양 수술 이후 투병 중에도 그는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공연장을 찾겠다"며 3시간이 넘는 공연을 지켜봤다. 2023년 인터뷰에서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스스로와 싸우고 있다"고 말했지만, 끝내 사랑한 무대를 뒤로하고 떠났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뇌종양 투병에도 공연장 찾던' 배우 윤석화 별세…영원한 무대 위 슈퍼스타 [종합]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