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지영 기자 콘텐츠, 인플루언서, 발견형 쇼핑. 모두 올해 커머스업계가 주목한 키워드다. 자연스러운 소비 경험을 담은 콘텐츠 시청이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콘텐츠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막연하기만 하다.
2023년 2월 론칭한 크리에이터 커머스 플랫폼 ‘세시간전’은 인플루언서가 아닌,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어떻게 하면 돈이 될까’를 고민했다. 그 결과, 올해 세시간전의 누적 거래액(GMV)은 작년 100억 대비 8배 성장한 800억원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연간 GMV 2,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18일(오늘) 오전 11시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2025 커넥트데이’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 블로그에 쓴 글, 링크만 달면 수익화
세시간전은 ‘여행·라이프스타일 콘텐츠 기반 성과형 크리에이터 커머스 플랫폼’이다. 간단히 말하면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플랫폼’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Affiliate Marketing)은 인플루언서가 파트너사의 상품 링크를 공유하고, 해당 링크를 통해 방문·클릭·구매 등 성과가 발생하면 이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세시간전은 크리에이터 전용 링크를 통해 판매가 발생하면, 크리에이터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한다. 세시간전 운영사 모먼트스튜디오의 신성철 대표는 “기존에 SNS와 플랫폼을 통해 집행되는 광고는 팔로워 수 중심으로 이뤄져 효율성이 떨어졌다”며, “세시간전은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데이터를 보유해, 검증된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통한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어필리에이트 서비스와 달리, 자격 요건이 없어 누구나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들과 협업하는 크리에이터 수는 2.2만명으로, 전체의 37.7%(7,300명) 정도가 월 5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파트너사 또한 △NOL △여기어때 △하나투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트래블로카 등 여행뿐만 아니라 오늘의집, 지그재그, 컬리 등 커머스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데이터·AI로 초보 크리에이터도 전문가로
인플루언서처럼 유명세를 얻는 것도 힘들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로 거듭나는 것도 쉽지 않은 길이다. 한 블로거에 따르면, 블로그에 여행 게시물을 하나 작성하는데 최소 2시간에서 4시간이 걸린다. 세시간전은 AI로 이 장벽을 허물었다.
신성철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AI서비스 ‘세시간전Labs’의 블로그생성기 기능을 시연했다. 여행 이미지를 첨부한 뒤, 키워드와 내용을 적고 카테고리와 글쓰기 스타일까지 설정하면 30초만에 게시글 초안이 나온다. 이 내용을 블로그에 옮겨 수정만 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가 완성된다.
검색 엔진과 AI 답변 엔진에 최적화 된 SEO/AEO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진대연 CSO는 “파워 블로거가 아닌 크리에이터가 ‘도쿄’ 같은 큰 키워드를 쓰면 검색이 안 된다”며 “블로그 지수와 사이즈에 맞는 키워드를 분석하고, AI 최적화 검색 엔진(AEO)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판매 대시보드에서는 클릭수, 판매 전환수, 전환 퍼센트 등을 제공해 크리에이터가 어떤 콘텐츠가 더 잘 팔렸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관련해 진 CSO는 “크리에이터가 혼자 기획부터 운영, 수익 창출까지 모든 과정을 해결할 수 있는 ‘솔로프리너’(Solopreneur)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 AI는 ‘진짜’ 경험 대체 못해… “크리에이터 시장 계속 클 것”
생성형 AI로 만든 콘텐츠 범람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같은 위험성을 가지지는 않냐는 질문에 전대연 CSO는 “크리에이터가 입력한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과, AI를 통해서도 자신의 문체와 스타일을 녹일 수 있다는 점에서 챗지피티나 클로드와 같은 다른 AI서비스와는 구분된다”고 강조했다.
검색엔진에서 AI에이전트의 요약이 제공되면서, 검색이 웹사이트 클릭으로 이어지지 않는 ‘제로클릭’에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냐는 질문에 전대연 CSO는 “AI가 발전해도 크리에이터 시장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인플루언서에 대한 신뢰성과 취향 접점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구매 전환이 일어나는 반면, AI가 개인 최적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 또한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돈을 벌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세시간전만의 차별점이라며 “크리에이터들에게 가지 않은 것을 마치 간 것처럼 써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는 크리에이터 클래스(Creator Class)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한 크리에이터들의 노하우를 신규 크리에이터들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아시아 No.1 크리에이터 커머스 플랫폼 될 것”
신 대표는 “해외에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내년 5월에 한글로 블로그 콘텐츠를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이 기능은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의 줄임말)과 같이 해당 국가에서만 쓰는 특정 단어와 문화가 반영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신성철 대표는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 싱가포르에 동남아시아 헤드쿼터를 설립했고, 태국 방콕 지사와 일본 도쿄 지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시간전은 투자 전 기업가치(Pre-money Value)를 270억원으로 책정하고, 30억원을 신규 유치해 최종 기업가치(Post-money Value) 300억원 규모로 투자 유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투자금은 AI 인프라 고도화, 글로벌 운영 강화, 개발·마케팅 확대, 크리에이터 보상 증대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신 대표는 “흑자 전환을 달성했지만 투자를 받는 이유는 우리만이 가진 장점, 즉 실제 판매 데이터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더욱 공고히 하여 다른 업체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며 “AI 인프라 투자를 통해 현재 글에 한정된 기능을 영상 제작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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