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 1월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 로봇과 AI 관련 기술을 전면에 배치하기로 했다. 반면 최근 수년간 CES 전시회의 핵심 메시지로 제시했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는 제외하기로 했다. 현대차 그룹의 기술 전략 변화가 CES 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번 CES에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 5319번 부스를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한다.
개막 전날인 5일에는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중심으로 로봇·수소·클라우드를 연계한 피지컬 AI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CES에는 현대차그룹이 주력하고 있는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의 로보택시 관련 기술의 비공개 시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모셔널은 이번 전시에서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의 상용화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을 소개할 예정이다. 모셔널은 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 중 미국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부품 계열사의 참여도 눈에 띈다. 현대위아는 CES에 처음 참가해 분산배치형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과 로보틱스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구동 부품 등을 공개한다. 전기차와 로봇 시장을 겨냥한 핵심 부품사로서의 입지를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일반 관람객 대상 전시 대신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만을 초청하는 프라이빗 전시관을 운영한다.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디스플레이(HWD), 엠빅스 7.0 등 30종의 모빌리티 융합 기술을 소개하며 북미·유럽 시장을 겨냥한 수주 활동에 집중할 방침이다.

반면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략은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DV 개발을 주도해온 첨단차량플랫폼(AVP) 본부의 발표가 이번 CES 2026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이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점을 고려해 전시 전략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이 잘하고 있어 격차가 있다”고 언급하며 자율주행 경쟁력을 냉정하게 평가한 점도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SDV 비전보다는 로보틱스와 부품 기술 등 현대차그룹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진 영역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SDV 전환 자체를 후순위로 미루지는 않고 있다. 그룹은 자회사 포티투닷(42dot)과 소프트웨어 브랜드 ‘플레오스’를 중심으로 차량 운영체제(OS), 클라우드, 앱 마켓을 아우르는 독자 플랫폼 구축을 지속하고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내년 8월 ‘SDV 페이스카’를 공개할 예정이다. 해당 차량에는 차세대 전기전자(E&E) 아키텍처와 통합 운영체제(OS)가 적용되며, 이를 통해 SDV 핵심 기술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에 나선다. 이어 2027년에는 페이스카 검증 결과를 토대로 레벨 2 플러스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할 방침이다.
최종적으로는 2028년 ‘완성형 SDV’ 모델을 출시해 현재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 역량을 집약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동시에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와의 협력도 병행한다. 아이오닉 5를 웨이모 자율주행 차량용으로 공급하며, 완성차 ‘파운드리’ 역할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번 CES 2026에서 AVP 본부가 발표에 참여하지 않는 배경에는 조직과 전략 전반의 재정비도 자리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SDV 관련 성과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자율주행을 총괄해온 송창현 AVP 본부장이 물러나는 등 책임 있는 구조 조정과 개발 체계 재편이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CES 2026은 현대차그룹이 완성차 중심 기업에서 로봇·부품·솔루션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본격화했음을 보여주는 무대”라며 “화려한 비전 제시보다는 기술 경쟁력과 수주 성과를 동시에 겨냥한 전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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