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제약사가 반려동물용 의약품·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새 성장축으로 삼으면서 사업 무대를 국내에서 해외로 넓히고 있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헬스케어의 해외 시장을 직접 겨냥하는 전략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동물용의약품 산업 발전 방안’에 따르면 국제 동물의약품 시장은 2022년 470억달러(69조원)에서 2032년 995억달러(146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유유제약은 제약사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글로벌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 지주사 ‘유유벤처’를 설립하고, 반려동물용 바이오의약품 개발 법인 ‘유유바이오’, 건기식 브랜드 ‘머빈스펫케어’를 계열 구조로 묶어 현지 기반을 정비했다. 단순 수출을 넘어 미국에서 직접 개발·생산·유통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한 것이 핵심이다.
유유바이오는 재조합 단백질 기반 반려동물 피부질환 치료제와 관절·치아·장 건강 중심의 기능성 파이프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올해 4월에는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용 신약개발 기업 ‘베트맙 바이오사이언스’에 9억6000만원, LA의 반려견 커뮤니티 서비스 ‘도그 피피엘’에 2억8300만원을 투자하며 현지 네트워크 확보에도 나섰다.
이러한 스타트업 투자에 그치지 않고 유유제약은 미국 현지 법인을 세워 직접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미국 반려동물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초기부터 현지에서 개발·생산·유통까지 수행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유제약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에서도 바이오의약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글로벌 동물의약품 기업과 동등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유원상 대표가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와 네트워크가 깊어,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처음부터 승부를 보는 것이 성장 기회를 극대화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유한양행은 반려동물 분야에서도 전문의약품 중심 전략을 유지하며 해외 진출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기존에 반려동물 관절주사 ‘애니콘주’와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치료제 ‘제다큐어’를 출시해 시장 기반을 다졌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개발 전문기업 박셀바이오와 협력해 국내 첫 반려견 전용 유선종양 면역항암제 ‘박스루킨-15’ 마케팅·판매에 나서며 전문약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했다.
유한양행은 인체 항암·면역 분야에서 다수의 글로벌 기술이전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이러한 고기능성 치료제 개발 역량을 반려동물 영역으로 확장할 경우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웅제약은 인체약 기반 기술을 반려동물 제품으로 확장하면서 해외 시장에서도 가능성이 엿보인다. 대표 간질환 치료제 ‘우루사’의 유효성분인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을 반려동물용으로 재해석한 간 기능 개선제를 출시했다. UDCA는 간 질환 관련 시장 규모가 큰 일본·미국 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소화제 성분을 응용한 ‘베아제펫’도 출시하며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제약사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동국제약은 잇몸 치료제 ‘인사돌’ 기술을 확장한 반려견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정’을 출시해 동물약국과 온라인 약국 유통망을 빠르게 확보했다.
조아제약은 동물용 의약품 제조·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반려견 전용 브랜드 ‘잘크개’ 시리즈를 통해 영양제 시장에 진출했다. 인체약 제형 기술을 적용해 간·관절·면역 중심의 반려동물 기능성 제품군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동아제약은 펫 전문 브랜드 ‘벳플’을 통해 눈·관절·피부·장 건강 등 10여종 이상의 영양제를 내놓으며 건기식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일동제약은 해충기피제 ‘와프와프’를 시작으로 피부·생활 관리 제품을 확대하며 생활형 펫 케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해외 시장 진출은 연구개발 역량뿐 아니라 현지 규제, 유통망 구축, 브랜드 인지도 등 복합 요소가 필요해 기업별 전략 차이가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이미 경쟁이 포화에 가깝다”며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중장기 성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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