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SK실트론 M&A 본격화 …성장·재무 건전성 '두마리 토끼'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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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두산타워. /두산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두산그룹이 계열사들의 뚜렷한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SK실트론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미래 성장’과 ‘현금 창출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룹의 유동성 관리에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의 인수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29.4% 지분은 이번 거래에서 제외된다. SK실트론 지분 가치는 부채 등을 제외할 경우 약 1조5000억~2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두산이 SK실트론 인수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주요 계열사의 견조한 실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된 덕분이다.

두산그룹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4524억원, 영업이익 231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8%, 109.9% 증가한 ‘더블 스코어’ 실적을 달성했다. 누적 순이익은 2233억원으로 전년 적자에서 대규모 흑자로 전환했다.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실적 호조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여기에 ㈜두산 전자BG가 AI 가속기와 하이엔드 메모리용 소재 수요 증가의 수혜를 입으면서, 그룹의 반도체 기반 성장 동력도 강화됐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의 안정적인 실적이 그룹 전체 성과를 이끌었다. 3분기 매출은 3조88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371억원으로 19.4% 늘었다. 신규 수주는 3분기까지 5조3903억원으로 69.8% 급증했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는 연간 수주 목표를 기존 10조7000억원에서 13조~14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소형모듈원전(SMR) 중심 원전 사업 수주 모멘텀 강화는 향후 그룹 성장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두산그룹은 지난 몇 년간 적극적인 재무 구조 개선을 통해 유동성 부담을 해소하고 안정적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순차입금은 5조6614억 원으로 2023년 말(5조8751억원) 대비 약 2137억원 감소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전년 대비 6000억원 이상 개선되며 적자 폭을 크게 줄였고,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연구개발(R&D) 등 전략 투자를 유지하면서 지출 규모를 소폭 감소시켰다.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조306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단기차입금 증가와 사채 발행을 통해 1조6933억원 순유입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연결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153.53%에서 올해 3분기 164.12%로 10.6%포인트(p) 상승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부채총계는 20조10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8500억원 증가했고, 자본총계는 12조2512억원으로 늘었다. 견조한 실적 대비 부채 비율이 이처럼 확대된 것은 SK실트론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선 영향으로 해석된다. 2조원 규모의 SK실트론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차입금과 사채 발행을 통한 유동성 극대화 전략을 펼친 셈이다.

SK실트론 본사 전경. /SK실트론

두산그룹은 SK실트론 인수를 통해 반도체 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성장 축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후공정 검사 기업인 두산테스나에 SK실트론의 웨이퍼 등 전공정 핵심 소재 역량을 결합해 전·후공정 수직 통합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그룹 차원의 반도체·첨단소재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번 인수에는 재무·사업적 리스크가 상존한다. 인수 자금 약 2조원이 추가 차입으로 반영될 경우 현재 164% 수준인 부채비율은 200% 이상으로 다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또 자금 조달 과정에서 ㈜두산 또는 두산에너빌리티 등 핵심 계열사의 지분이 담보로 제공된다면 주가 변동에 따른 담보 부족(마진콜) 위험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그룹의 시장 신뢰도와 유동성 관리에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두산테스나가 업황 부진으로 적자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두산테스나는 올해 3분기 매출 832억원, 영업이익 53억원으로 부진하며 누적 순손실 223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경기 변동성이 큰 SK실트론까지 편입될 경우 그룹 실적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SK실트론은 글로벌 메모리·파운드리 CAPEX 사이클에 직접 영향을 받는 구조로, 업황 변동 시 실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시장에서는 두산의 SK실트론 인수를 미래 성장·현금창출 기반 확보를 위한 전략적 승부수로 평가하고 있다. SK실트론은 웨이퍼 시장에서 안정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연 6000억원 규모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하는 확실한 캐시카우로 꼽힌다.

두산그룹은 실적 회복과 재무 안정성이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초대형 SK실트론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3분기 더블 스코어 실적이 향후 M&A 성과와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 부채비율 상승이라는 부담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향후 두산그룹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SMR·스마트머신·반도체 등 세 축을 중심으로 기술적 초격차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며 “대규모 투자와 업황 변동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만큼 인수 이후 재무 건전성 유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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