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일령’에 일본 대신 한국으로 관광·유통·뷰티 수요 이동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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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2터미널 면세점 모습. /이호빈 기자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중국 정부가 일본 총리의 ‘대만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며 사실상 일본 여행 자제 조치에 나서면서, 일본으로 향하던 중국발 수요가 한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항공사들의 일본행 항공권 취소·변경 수수료 면제 조치 이후 중국 소비자의 여행·쇼핑 동선이 재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통·여행·뷰티 업계는 중국 수요가 실제로 한국으로 유입될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최근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언급한 데서 비롯됐다. 중국 외교부는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13일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한 데 이어 중국인에게 일본 방문 자제를 권고하는 등 대응 강도를 높였다.

이후 중국국제항공·중국남방항공·중국동방항공 등이 도쿄·오사카·나고야 노선 취소·변경 수수료 면제를 발표했고, 쓰촨항공·하이난항공까지 동참하면서 사실상 ‘한일령’ 분위기가 확산됐다.

중국 관영매체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GT)는 지난 17일 ‘GT 보이스’를 통해 “중국의 여행 자제령은 일본 경제에 직격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일본 관광 회복의 핵심 동력이 중국인 소비인데, 중국의 여행 자제령은 일본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내에서는 일본 콘텐츠 개봉 연기, 도시 간 우호 행사 취소 등 문화·민간 분야에서의 조치도 확산하며 이번 갈등이 일본의 소비·관광 시장에 실질적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의 일본행 수요가 흔들리자 한국이 대체 여행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는 중국 소비의 ‘재분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의 해외 소비는 여행지와 직결되는 만큼 일본 공백이 길어지면 인근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이 과거에도 반복됐기 때문이다.

2012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반일 감정 격화로 일본의 중국인 방문객이 수십 % 줄었고, 같은 시기 한국은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이 크게 뛰었다. 2017년 사드(THAAD) 보복으로 ‘한한령(한국을 제한)’때도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48.3% (약 805만명 → 약 417만명) 감소한 반면 일본과 동남아는 중국인 방문객이 오히려 늘며 대체 효과가 뚜렷했다.

뷰티·패션 업계는 반응이 더 민감하다. 중국 소비재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 비중이 여전히 높아 일본 여행 위축이 길어질 경우 K-뷰티·K-패션이 자연스럽게 대체재로 떠오를 수 있어서다.

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사드 때처럼 즉각적인 반사이익으로 이어지긴 어렵지만, 기대 요인은 분명하다”며 “중국 항공권 취소·변경 면제 조치에 무비자 입국 확대 흐름이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한국으로 일부 이동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간접적인 수요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향후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한 만큼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중·일 갈등에 따른 중국발 수요 이동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광업계 주가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18일 종가 기준 롯데관광개발은 전일 대비 1.7% 오른 2만950원에 거래를 마쳤고, 하나투어, 노랑풍선 등도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중국인의 일본행 수요뿐 아니라 중국을 찾는 일본인수요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행사 관계자는 “일본 소비자는 한국보다 중국 관련 외교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여행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 경우 중국 방문을 고려하던 일본인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한 한국으로 여행지를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예전과 달리 중국 경기 자체가 둔화했고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도 실용·경험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는 정책 방향과 여론 분위기를 따라 움직이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이번 흐름이 겨울 성수기와 내년 초 춘절까지 이어진다면 면세·여행업계도 실제 수요 증가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의 데이터를 분수령으로 보고 중국 소비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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