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여의도=김지영 기자 지난 18일 오후 2시 국회 제5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된 ‘대법원의 네이버쇼핑 자사우대 판결 토론회’에서 온라인플랫폼 입법 필요성이 논의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네이버쇼핑 제재에 대해 지난 10월 16일 대법원이 “자사우대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고 판결한 것이 논의의 배경이 됐다. 이는 대법원이 온라인 플랫폼이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업체보다 유리하게 노출·배치하는 ‘자사우대’에 대해 내린 최초 판결로, 쿠팡과 카카오택시 등 다른 온라인플랫폼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공정위·대법원 판단 엇갈린 ‘자사우대’
2020년 10월 공정위는 네이버쇼핑의 검색 알고리즘 조정에 대해 과징금 총 267억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네이버쇼핑은 검색결과에서 경쟁사(G마켓·11번가 등)의 노출 순위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자사 오픈마켓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의 상품을 상단에 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공정위는 비교쇼핑 서비스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가진 네이버쇼핑이 자사 스마트스토어에 시장지배력을 전이시켰다고 판단했다.
이에 네이버쇼핑 측은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2022년 1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의 부당성이 인정되려면 주관적 요건과 객관적 요건을 충족해야하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네이버 내부 이메일·회의자료를 근거로 스마트스토어를 지원하려는 의도와 목적(주관적 요건)이 성립하며, 알고리즘 조정 이후 스마트스토어의 시장점유율과 거래액이 증가했다는 점(객관적 요건)에서도 부당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사 서비스·상품과 경쟁사 제품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법령상 근거는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또한 공정위에 대해 “시장점유율이나 거래액 증가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경쟁 오픈마켓의 전체 거래액도 증가했는지, 신규 사업자 진입, 소비자 후생에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해 경쟁제한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 "플랫폼 알고리즘 기준 설명해야"
이날 발표에 나선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사와 경쟁사 제품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법령상 근거가 없다’고 대법원이 판시한 부분이 오히려 입법의 필요성을 의미한다”며 해외 관련 입법 상황을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플랫폼이 검색 결과를 배열할 때 어떤 기준·요소가 작용하는지 사업자에게 설명하도록 의무화했고, 일본도 2020년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특정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게 거래조건, 검색·노출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 알고리즘 변경 시그널 등을 사전에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 토론자로 나선 한국통신판매사업자협회 김홍민 회장은 “입점업체들이 네이버쇼핑과 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우대하는 자사 상품과 직접 경쟁해야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에 대한 피해를 주장하려면 로그 데이터 트래픽 변화 등의 지표가 필요한데 이는 플랫폼 내부 정보로, 대법원이 요구하는 경쟁제한효과 입증은 중소 판매자나 개별 입점업체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 “공정거래법 충분한가”, 온플법 필요성 제기
토론자로 참여한 고인혜 플랫폼공정경쟁정책과 과장은 “플랫폼이 검색 기준 조정을 통해, 개별 시장에서 플랫폼 생태계로 지배력을 확장하는 전략은 카카오T, 쿠팡 등 후속 사건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된다”고 언급했다.
쿠팡은 ‘쿠팡 랭킹순’ 알고리즘을 통해 자체상품(PB)·직매입 상품을 상단에 노출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600억원을 부과받았고, 현재 과징금 취소 행정소송 진행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앱 ‘카카오T’에서 승객 위치까지 더 가까운 비가맹 택시가 있음에도, 6분 이내의 가맹택시를 우선 배차해 문제가 됐다. 이에 공정위는 2023년에 과징금 200억원대와 시정명령을 부과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이 2025년 이 처분을 전부 취소하는 판결을 내려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고 과장은 “네이버쇼핑 판결을 통해 현행 공정거래법 체계가 플랫폼 분야의 경쟁 제한 행위를 충분히 효과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것인지 되짚어봐야 한다”며 “현재 관련 법안들이 계류 중인 만큼 국회의 입법 논의를 정부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 온라인플랫폼과 관련해 공정화 법안 8건, 독점규제 법안 4건, 공정화·독점규제를 함께 규율하는 법안 5건 등 총 17개 법안이 계류돼있다. 2023년부터 논의가 본격화된 온플법은 그간 미국이 “구글·애플과 같은 기업에 차별적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반대하면서 논의되지 못했다. 또 지난 14일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온라인플랫폼 규제 관련 문구가 포함되면서 다시 관련 법 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대해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김남근 의원은 김용범 정책실장에 질의한 결과 “팩트시트 내용은 미국 기업을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 국내와 중국 기업이 배제되지 않도록 하면 입법에 문제 없다고 확인 받았다”며 “관세 협상 끝난 만큼 온플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김남근, 김현정, 이강일 의원, 그리고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한국방송통신판매사업자협회의 공동주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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