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성장 키워드 ‘바이오 플랫폼’…첫 베팅은 ‘펩타이드’

마이데일리
홍성원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 겸 에피스넥스랩 대표. /삼성에피스홀딩스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삼성이 차세대 성장 전략의 중심축을 ‘바이오 플랫폼’으로 정하고, 첫 번째 모달리티로 펩타이드 기술을 선택하며 신사업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로 출범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유지하는 동시에 바이오 플랫폼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 법인 에피스넥스랩을 공식 출범했다. 기존 제품 중심 구조를 플랫폼 중심 모델로 전환해, 기술 단위의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에피스넥스랩은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며 첫 번째 기술 축으로 펩타이드 플랫폼을 선택했다. 특정 제품 개발이 아니라 기술 기반으로 다수의 후보물질을 신속히 도출하고 글로벌 공동 개발·기술이전(라이선스아웃)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 2~50개가 결합한 단백질의 최소 단위로, 구조가 단순하고 설계·변형이 용이하며 화학 합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세포 표적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부작용을 낮추면서 약효를 높일 수 있어 차세대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로 주목받고 있다.

저분자와 항체 치료제 사이에 위치한 중간 분자 치료제로서 경구·주사·지속형 등 제형 확장성이 넓고, 생산비·약가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업계는 삼성이 이러한 특성 때문에 펩타이드를 플랫폼 사업의 첫 축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기존 바이오시밀러 중심 파이프라인 전략을 이어가면서, 에피스넥스랩이 플랫폼 사업을 전담하는 투트랙 체제를 구축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시밀러 사업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제공하고, 플랫폼 사업이 중장기 성장 옵션을 제공하는 구조”라며 “지주사 차원의 사업 리스크 분산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펩타이드는 항암·면역·대사질환·희귀질환 등 대부분의 치료 영역에 적용 가능하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후보물질을 동시 도출할 수 있어 투자 효율도 높다. 단일 요소기술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수 있고, 임상 실패 시 신속히 다른 과제로 전환할 수 있어 리스크 분산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에피스넥스랩 관계자는 "자동차를 예로 들면, 개별 차량 모델을 하나씩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SUV·세단 등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플랫폼처럼, 에피스넥스랩은 펩타이드를 시작점으로 여러 모달리티를 확장할 수 있는 기술 기반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특정 적응증이나 제품군에 묶이지 않는 플랫폼 모델은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와 오픈 이노베이션 추진에도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에피스넥스랩 CI 및 사업 분야. /삼성에피스홀딩

에피스넥스랩의 연구개발은 글로벌 제약사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 출신 홍성원 부사장이 대표이사로서 주도한다.

홍 대표는 지주사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하며 기술 투자와 파트너십 관련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예정이다.

홍성원 대표는 “에피스넥스랩은 지주회사 산하의 안정적 사업 구조 속에서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과감한 도전을 통한 바이오 산업의 기술 혁신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에서도 기술 기반 바이오 플랫폼 기업들이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술이전 성과를 이어가며 최근 일라이 릴리와 최대 3조8000억원 규모의 그랩바디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알테오젠 역시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과 장기지속형 피하제형 전환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설계·제조·개발로 이어지는 펩타이드 밸류체인이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며 “삼성과 같은 대형사가 본격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에 뛰어들면 글로벌 파트너십 유치와 라이선스아웃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에피스넥스랩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24일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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