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하나 물꼬가 좀 터질 것 같거든요. 제가 들은 정보에 따르면.”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은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썸타임스에 출연, 위와 같이 말했다. 2025-2026 FA 시장에서 대형 계약 하나가 곧 터질 것이란 얘기다. 차명석 단장의 이 폭탄발언이 공개되고 이틀이 더 지났지만, 아직도 이번 FA 시장에서 계약한 선수는 1명도 없다.

이번 FA 시장이 희한하게 흘러가고 있다. FA 자격을 행사한 21명의 선수가 9일 0시부터 일제히 전 세계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13일까지 닷새간 ‘계약 0건’이다. 예전에도 이랬던 적은 있었지만, 최근엔 이런 ‘무브’가 거의 없었다.
속전속결이 사라졌다. 결국 최대어 박찬호(30)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영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최대어 강백호(26)는 다가올 22일 메이저리그 쇼케이스를 위해 출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들을 만날 수 있지만,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
박찬호 협상에 참가 중인 팀만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KT 위즈, 두산 베어스까지 4팀이다. 적어도 이 팀들은 현 시점에서 다른 FA들에게 신경을 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워낙 영입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박찬호 에이전시는 협상이 시작된 9일부터 활발하게 시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단들이 너무 올라간 시장가에 부담을 느껴 협상 속도가 느려졌다는 게 중론이다. 차명석 단장도 “지금 FA 시장이, 다들 어렵다고 얘기하는데 ‘저 선수가 이 정도면 될까’ 해서 약간 좀 관망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결국 박찬호 영입전은 빠르면 당장 14일에도 결론이 날 수 있고, 늦어지면 다음주로 넘어간다고 봐야 한다. 어쨌든 박찬호 계약이 정리가 돼야 구단들도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다. 관망 혹은 눈치싸움도 마냥 오래 가기 어렵다. 차명석 단장의 예언은, 결국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본래 KBO리그든 메이저리그든 FA 시장은 대어급들의 행선지가 결정돼야 다른 선수들, 그 다음 큰 규모의 계약을 맺을 선수들의 행선지가 차례로 정리되는 게 일반적이다. 최대어 영입에 관심이 있는 팀들이 준척급부터 먼저 접촉해 계약하는 일은 거의 없다.
▲2025-2026 KBO FA 계약 대상자(21인)
A등급 김태훈 최원준(외야수) 강백호 조상우 박찬호 최원준(투수)
B등급 박해민 김범수 이승현 장성우 김상수 이준영 이영하 조수행
C등급 김현수 손아섭 강민호 황재균 양현종 한승택 최형우
최근 5~6년간 FA 시장의 1호 계약자는 수요가 높지 않은 선수가 원 소속구단과 재계약을 맺는 케이스가 잦았다. 그러나 이번엔 근래 보기 드물게 시장 개장과 함께 닷새나 계약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누가 1호 계약을 맺을지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이밖에 19일에 2차 드래프트가 열린다는 점, 이번 오프시즌에는 10개 구단이 처음으로 아시아쿼터 계약도 해야 한다는 점 등에서 구단들이 FA 시장에만 온전히 신경을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다. 2차 드래프트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선수들의 추이를 살펴본 뒤 FA 시장 공략법이 바뀌는 팀이 나올 수도 있다.

FA 시장은 흔히 생물이라고 말한다. 언제 누구와 어떤 팀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오늘 사정과 내일 사정이 또 달라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갑자기 14일에 복수의 계약자가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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