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달 31일 홈플러스 인수의향서(LOI) 접수가 마감됐다. 청산 위기 속 '무응찰' 우려가 짙었던 분위기와 달리 두 곳의 기업이 인수 의사를 밝히며 홈플러스 회생전(戰)에 불씨가 다시 켜졌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기대보다는 우려에 가깝다. 인수 후보들이 유통과 무관한 중소기업인 데다, 재무 여건 역시 부실하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졸속 매각은 부동산 매각 및 단기 수익 회수에만 몰두했던 'MBK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공적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은 AI 핀테크 기업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개발업체 스노마드 두 곳이다. 이들은 홈플러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과 비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하고 오는 21일까지 예비 실사를 진행한다. 이후 26일까지 최종 입찰 제안서 제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렉스인포텍은 2000년 설립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유비페이' 운영사로, 지난해 매출 3억원·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8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회사 측은 미국 투자자문사를 통해 약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조달해 홈플러스에 AI 기반 직거래 경제 모델을 접목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업계에서는 "3억원 매출 기업이 3조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스노마드는 2007년 명선개발에서 분할돼 설립된 부동산 임대·개발업체로, 지난해 매출 116억원·영업이익 25억원·당기순손실 73억원을 기록했다. 자산 1597억원 중 부채가 1375억원에 달하며, 모기업 명선개발은 2018년 이후 매출이 '0원'이다.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포기하기로 했지만, 인수를 위해서는 여전히 수천억원대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 모두 자체적으로 이 금액을 조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부 투자 유치 가능성도 불투명해 자금 조달의 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두 기업의 인수 참여 목적이 홈플러스의 수조원대 부동산 실사 기회 확보나 홍보 효과에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하렉스인포텍은 인수의향서 제출 사실을 언론에 직접 공개했다.

정치권은 이번 LOI 제출 기업들의 '진정성 부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는 지난 5일 서울회생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두 기업은 유통업 경험이 전무한 부동산·차입형 인수 구조 기업으로, 경영 역량이 부족하다"며 "졸속 인가 시 MBK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TF는 "법원은 인수자 공개모집 기간을 연장하고, 경영 능력과 자본력을 갖춘 실질적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트산업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도 이달 말 회생계획 인가 전 M&A 본입찰을 앞두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지난 8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제2차 홈플러스 살리기 국민대회'를 열고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공적기관이 중심이 돼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정부 개입 촉구 서명운동'을 통해 모은 30만명의 서명을 대통령실에 전달할 예정이며, 노조 측은 대화가 무산될 경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감지된다. 청산 위기를 넘기려면 M&A가 반드시 성사돼야 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MBK의 추가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김병주 MBK 회장은 지난달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며 추가 지원 가능성을 일축했다. MBK에 따르면 홈플러스 지원을 위해 대출 보증과 현금 증여 등으로 이미 5000억원을 투입했다.
그렇다고 적합한 원매자가 등장하기까지 시간을 무작정 끌 수도 없다. 홈플러스는 지난 9월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해 무급휴직과 점포 폐점 등을 추진 중이며, 일부 점포는 전기요금조차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의 최종 입찰일은 11월26일이다. 남은 3주 동안 실질적인 인수 능력을 갖춘 새로운 원매자가 등장할지, 혹은 현재 참여 중인 두 기업이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을 내놓을지가 향후 홈플러스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지금의 인수전은 사실상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자금력과 산업적 비전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다면 매각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홈플러스의 향방은 실질적인 자금력과 산업적 비전을 갖춘 인수 주체가 등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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