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서면의 매력은 지키고, 불법은 바로잡겠다."
서면의 밤이 달라지고 있다. 불법 도로점용과 위생 문제로 논란이 이어져 온 서면 포장마차 거리가 이제 '공존의 질서'를 실험하는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 후문 일대가 넓고 환해지자 시민들은 "서면이 깨끗해졌다"며 반가움을 보인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김영욱 부산진구청장이 있다. 지난 10월부터 구청·경찰·소방서가 함께하는 합동단속반을 운영하며 무질서한 관행을 바로잡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단속'이 아니라 '공존'이다. 상인·주민·행정이 함께하는 '도심공존 협의체'를 통해 상생 가능한 운영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포장마차는 도심 골목문화의 상징이지만, 시민 불편과 도시 이미지 훼손은 더는 방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진구는 △공영 야시장형 푸드트럭 허가제 △보행전용 거리화 △문화공간형 워킹스테이션 등 '서면 도시정비 2.0' 모델을 추진하며, 도시재생형 정비 행정을 실천 중이다.
◆ 현장 목소리 "없애지 말고, 같이 살자"

저녁의 서면 포장마차 거리. 붉은 천막 아래 손님과 업주가 마주 앉아 웃는다. 10년째 포차를 운영하는 A씨는 "내년엔 도로점용료 330만 원 낸대요"라며, "구청장님이 '여긴 개인 땅 아니고, 위생수칙도 꼭 지켜야 한다'면서 서명지를 내미는데 사인을 안 할 도리가 있나요"라고 볼멘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업주는 "번영회 회장 만나 욕 많이 먹었지만, 위생 중요하다는 말은 이해한다"며
"이 정도면 우리도 노력 많이 하는 거다"라고 체념 섞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15년 동안 변두리 후미진 곳에서 장사하며 많이 울기도 했다"며
"서러움을 겪던 시절이었지만 손님이 '맛있다'는 말에 용기를 내 장사를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경남 사천에서 온 자영업자 정성민(일품대패 사장) 씨는 "10년 만에 서면에 다시 왔는데 가격이 정찰제로 바뀌어 너무 좋다"며 "예전보다 가격이 합리적이고 분위기도 깨끗해졌다. 다음에도 꼭 오고 싶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곳 서면 포차 거리는 구청이 권고한 규격을 준수하고, 공통 메뉴판을 사용하는데
한·영·중·일 4개 국어로 병기돼 있다. 음식 가격은 대체로 1만~2만 원대 수준이다.
사천에서 부부 동반으로 여행 온 일행은 우연히 김 구청장과 한자리에 앉았다. 이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던 김 구청장은 "초창기엔 하루에도 수십 통씩 빗발치는 협박성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며 "'어디파', '누구파' 조직폭력단 식구라며 겁을 주더라"고 당시의 고충을 웃으며 털어놓았다.
일행 중 한 사람(A씨·피자나라치킨공주 사남점)은 "구청장님이 시민이랑 포장마차에서 격의 없이 대화하는 걸 처음 봤다"며 "너무 소탈하고,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지금 정책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내게 화내도 좋다" — 이재명式 행정과의 오버랩

이 장면은 자연스럽게 2019년 여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양주 석현천 계곡 불법식당 철거 현장에서 던진 말과 겹친다. "작은 불법에 눈감으면 큰 불법을 시정할 수 없다."
당시 이 지사는 업주들과 마주 앉아 생계대책을 논의했고, 필요한 안전시설과 공용영업장은 공공이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단속의 공간'을 '약속의 공간'으로 바꾼 현장 행정이었다.
2025년 부산 서면의 김영욱 구청장도 같은 자리에 서 있다. 그 역시 원칙과 사람 사이에서 타협이 아닌 균형의 행정을 택했다. 두 행정의 교차점은 명확하다.
정비의 목적은 철거가 아니라 공공의 약속, 행정의 핵심은 단속이 아니라 현장 소통이리는 점이다. 김 구청장은 "도시는 질서로 살고, 사람은 온기로 산다"며 "행정의 목적은 없애는 게 아니라 시민과 상인이 함께하는 공존의 질서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장마차를 단순한 영업장이 아닌 도시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겠다는 그의 구상에 시민들의 기대감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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