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식 ‘예의'론’… 권력자를 위한 가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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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대표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6일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로저 비비에 클러치백’과 관련해 8일 입장문을 통해 “신임 여당 대표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드린 사회적 예의 차원의 선물”이라며 “대가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 뉴시스
김기현 전 대표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6일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로저 비비에 클러치백’과 관련해 8일 입장문을 통해 “신임 여당 대표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드린 사회적 예의 차원의 선물”이라며 “대가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된 100만원대 명품 클러치백을 두고 “사회적 예의”라고 해명한 데 대해 정치권 전반에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고가 명품이 ‘의례적 인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김 전 대표의 인식 자체가 도마에 오른 모양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6일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로저 비비에 클러치백’과 함께 “당 대표 당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문구가 포함된 메모를 확보했다. 작성자는 김 전 대표의 배우자였다. 전달 시점은 김 전 대표 당선 직후인 2023년 3월 17일로 확인됐다.

김 전 대표는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신임 여당 대표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드린 사회적 예의 차원의 선물”이라며 “대가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명은 사실관계와 상식 그리고 정치적 맥락과 충돌하며 논란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100만원대 명품백을 ‘예의’로 규정한 해명이 논란의 핵심이다.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렇다면 돈 없는 사람은 예의도 못 지키나”라며 같은 보수세력 내부에서도 공개 비판을 내놨다. 고가의 선물을 관행적 예절로 간주하는 태도가 권력자 중심의 왜곡된 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선물과 함께 발견된 편지의 내용도 김 전 대표의 해명과 정면 배치된다.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표현은 단순 축하나 의례적 인사로 보기 어렵다. 정치적 지원 또는 역할이 있었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검이 대가성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아내가 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대표 당선 직후 대통령 배우자에게 전달된 고가 선물을 사적 행위로만 규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치적 의미가 명백한 상황을 개인 간 예절 문제로 축소하는 방식이 오히려 의문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여당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100만 원대 명품백이 어떻게 의례적 선물이냐”며 “책임을 배우자에게 돌리고 있다. 김기현 전 대표는 치사한 남편이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확보된 클러치백·편지 등을 토대로 선물 전달 경위와 대가성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청탁금지법 위반뿐 아니라 알선수뢰 등 관련 법리 적용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의 이번 논란은 뇌물 수수 의혹도 문제가 심각하지만, 그가 ‘예의’와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드러낸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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