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의료계 반대를 무릅쓰고 지역의사제 도입을 본격 추진한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당은 전날 국회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지역의사제 도입,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비대면 진료 제도화 등 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 인력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지역 의료공백을 해소하고, 필수의료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지역 진료과목 간 의료 인력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 대책으로 지역의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국립대병원을 지역거점 병원으로 육성하기 위한 복지부 이관도 정기국회 내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신입생을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뽑아 학비와 생활비를 전액 지원하고, 졸업 후 10년간 특정 지역 또는 지정기관에서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복무를 마쳐야 의료면허가 부여되며, 불이행 시 면허가 취소된다.
지역의사제 도입 추진 배경에는 심각한 지역 쏠림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의사 16만6197명 중 서울 근무자는 4만6624명(28.1%), 수도권 근무자는 절반을 웃도는 8만2933명(49.9%)에 달한다.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는 서울이 479명, 경북은 215명으로 격차가 2배 이상이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전남·경북 등에서는 암·심혈관질환 등 중증질환 수요가 높지만, 정작 필수진료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입법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2월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전국 의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운영하고, 선발된 학생에게 학비 전액을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10년간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필수의료 육성 및 지역의료 격차 해소 지원법’을 발의해 지방의료원 기능 강화와 필수과 인력 우대 배치를 제안했다. 당정은 두 법안을 정기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복지부도 지역의사제의 위헌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관련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복지부 측은 “10년간 지역의사로 의무복무하고 불이행 시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는 합법적으로 도입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학 입학 당시부터 의무복무 내용을 충분히 인지해 선택하는 제도임을 고려하면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원칙) 관점에서 문제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헌법적 논란과 실효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은 최근 포럼에서 “의사가 없는 ‘무의촌’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문제의 본질은 심뇌혈관·소아·분만·외상 등 중증환자를 치료할 종합병원 인프라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또한 “인프라와 근무환경 개선 없이 의사만 의무배치하는 것은 땜질처방”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법률 검토 결과 위헌 소지가 없다”며 입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수현 대변인은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당정은 지역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도 추진한다.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2023년부터 의원급 중심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돼 왔으며, 당정은 이를 법적 근거를 갖춘 제도로 전환하기 위한 입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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