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무단 소액결제 사태와 대규모 해킹 사건으로 흔들린 KT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김영섭 대표가 연임 포기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내부 안정과 신뢰 회복을 위한 새 리더십 구성이 KT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KT는 5일 대표이사 후보 공개 모집을 공고하고 오는 16일 일요일 오후 6시까지 지원서를 접수한다. 이사회 산하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됐으며, 공개모집·사내추천·외부전문기관·주주 추천을 병행해 후보군을 확정할 예정이다. KT는 응모 자격으로 △경영 전문성 △글로벌 시각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기술 전문성 등을 제시했다.
이번 CEO 교체는 단순한 임기 만료 절차라기보다 경영 신뢰 회복의 시험대로 여겨진다. 최근 무단 소액결제 피해가 수만 건에 달하고 해킹사태까지 겹치면서 KT는 기술력과 통제능력 모두에 타격을 입었다. 김영섭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고 수습 후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뒤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KT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김 대표의 퇴진은 시작일 뿐, 공은 이제 이사회로 넘어갔다”며 “차기 CEO는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아닌 ICT 전문 경영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 보안이 국가 안보 문제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KT의 경영 독립성과 기술 기반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차기 수장 후보군으로는 구현모 전 KT 대표, 박윤영 전 KT 사장, 윤경림 전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 등 이른바 ‘KT맨’들이 거론된다. 외부 인사보다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위기 수습에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박윤영 전 사장이다. KT CEO 선임 때마다 매번 후보에 이름을 올릴 만큼 전문성과 소통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과거 구현모 전 대표 선임 당시 유력한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고, 김영섭 현 대표 선임 때에도 최종 후보 3인까지 오르며 조직 내 두터운 신망을 재확인했다.
1992년 한국통신(현 KT)에 입사해 30여년간 기업부문장, 커스터머부문장 등 핵심 직책을 두루 거친 박 전 사장은 기술과 조직을 모두 꿰뚫은 정통 ‘KT맨’으로 꼽힌다. 네트워크기술연구직 출신으로 기술적 이해도가 높고 내부 현장과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감각을 지녔다는 평가다. ‘기술 기반의 경영자’이자 ‘조직 친화형 리더’라는 평이 공존한다.
특히 박 전 사장은 과거에도 AI·B2B·네트워크를 KT 성장의 핵심축으로 제시하며 “통신은 단순한 민간 비즈니스가 아닌 국가 인프라”라고 강조해 왔다. 이는 현재 KT가 직면한 보안·신뢰 위기와 맞닿은 문제의식이다. 내부에서도 “기술·영업·보안의 삼각 축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구현모 전 KT 대표는 2020년 KT 대표이사 취임 이후 3년동안 괄목할 만한 경영 성과를 창출한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올해 대통령선거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 싱크탱크에서 활동한 바 있다는 점이 변수로 지적된다. 그동안 KT가 외압과 외풍에 흔들려왔던 점을 감안할 때 구 전 대표 역시 ‘정치색’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당시 KT새노조는 구 전 대표의 이 같은 활동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윤경림 전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은 KT 미디어본부장, 글로벌사업부문장,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부사장), 글로벌사업부문장(부사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구현모 전 대표가 제시한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 기업) 전략을 이어갈 적임자로 평가받으며, 구 전 대표의 뒤를 이어 KT CEO 최종 후보로까지 선정됐지만 20여 일 만에 스스로 사퇴했다. 그 자리에 김영섭 현 대표가 선임됐다.
윤 전 사장은 최근 국감에서 “이권 카르텔 잔재도, 구현모 아바타도 아니었음에도 최종 후보로 선정되자마자 이름도 모르는 시민단체의 고발이 이어졌고, 다음날 서울중앙지검이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면서 “매우 억울했으며 (사퇴에 대한) 외부 압력이 작용했다고 느꼈다”고 증언했다.
KT의 과제는 명확하다. 해킹과 무단결제로 흔들린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재설계하며, AI와 통신보안 경쟁에서 뒤처진 기술 리더십을 복원하는 일이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내부 정통성, 위기 대응력을 갖춘 ICT 전문성, 그리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공공성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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