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대해 미국 측이 ‘적극 지원’을 약속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관련 협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는 물론,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어디에서 건조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둘러싼 신경전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5일 정부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관세 및 안보 협상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 문안을 두고 세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날 공개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연기됐다. 이를 두고 ‘원자력 추진 잠수함’ 관련 내용이 쟁점이 됐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이라는 큰 틀에는 합의를 이뤘지만 이와 관련한 민감한 문제들이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지난달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한미 양국의 본격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의 방위기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한국의 ‘방위비 증액’을 약속하며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SNS를 통해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피터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도 전날(4일) 이 대통령을 예방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오랜 기간 우리 정부의 숙원 사업이 일거에 해결되는 듯했으나, 이후 분위기는 이러한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전날(4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발표될 예정이었던 공동성명이 팩트시트 이후로 미뤄지면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팩트시트 작업이) 어제 오전에 끝날 것으로 알고 준비했다”며 “원자력 추진 잠수합 협정 이런 문제들이 미국 자체 내에서 전 부처 내 조율이 필요해 시간이 지체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정치권, ‘잠수함 국내 건조’ 한목소리
실제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와 인터뷰에서 “경제 분야의 (팩트) 시트는 거의 마무리가 다 됐다”며 “안보 분야 시트만 마무리 되면 아마 같이 팩트시트를 사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 안보 분야에서의 문안 조율에 시간이 길어지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구 부총리는 “빠른 시일 내에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시기는 안보 분야가 논의 중에 있기에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 협상 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은 애초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핵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기술 이전 문제 등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팩트시트 조율 과정 중 어느 지점에서 이견이 존재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으나, 어느 부분이든 신경전이 펼쳐질 만한 ‘예민한 사안’이라는 점은 후속 협상의 난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건조 장소를 두고 미묘한 입장 차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난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장소로 미국의 ‘필리조선소’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용근 전 국방부 대북정책관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핵 추진 잠수함의 건조를 미국은 조선업 부흥의 그러한 시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그렇게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국내 건조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필리조선소는) 잠수함 건조시시설 자체가 없다”며 “방사능 물질인 핵연료를 위한 차폐 시설도 필요하고 환경영향평가도 해야 하는데, 공간적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우리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대해 약 30년 이상 연구를 해왔기에 합당하다고 생각한다”며 “필리조선소에서 기술력, 인력, 시설 등 상당히 부재한 점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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