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기차 한계 넘은 그 이름, 포르쉐 '타이칸 터보'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제주의 동쪽 바다는 늘 차를 타고 달리기에 좋은 친구다. 파도가 옆에서 속삭이고, 바람이 차체를 스쳐 지나간다. 이곳에서 차는 속도가 높든 높지 않든 자신이 가진 리듬을 드러낸다.

그 길 위에서 만난 포르쉐 타이칸 터보는 묘했다. 전기차지만 조용하지 않았고, 무게감이 있지만 날렵했다. 이곳에서 전기차의 조용함이 아닌 '포르쉐의 리듬'을 확인했다. 포르쉐에게 전기차란 과거의 유산을 미래의 언어로 다시 쓰는 일이다. 포르쉐의 첫 번째 순수 전기 세단인 타이칸은 그 대담한 서사의 첫 장이었다.


리듬은 단순히 속도의 언어가 아니었다. 노면의 질감이 스티어링을 타고 손끝으로 전해지고, 차체는 미세한 요철 위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조용함 속에 숨은 긴장감, 그것이 타이칸 터보의 진짜 사운드였다.

◆순간의 폭발 그리고 여유의 확장

해안도로, 산간도로를 가리지 않고 타이칸 터보의 차체는 흔들림 하나 없이 수평을 유지했다. 기본 사양인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새롭게 탑재된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Porsche Active Ride) 서스펜션은 제주의 불규칙한 노면을 완벽히 제어했다. 제동이나 급가속 시에도 차체의 피칭과 롤링이 억제돼 마치 노면 위를 미끄러지듯 달린다.

그럼에도 부드럽다는 표현은 타이칸 터보에 어울리지 않는다. '정확하다'에 더 가깝다. 노면을 읽고 순간적으로 반응하며,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감정선을 배제한 채 오롯이 주행이라는 행위에 몰입하게 만든다.

타이칸 터보는 기본 최고출력 707마력, 런치 컨트롤과 함께 할 때는 최대 884마력의 오버부스트 출력을 발휘한다. 884마력.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믿기지 않았다. 숫자는 슈퍼카의 영역이었고, 전기모터가 만들어낼 수 있는 토크와 즉발적인 반응을 생각하면 더 놀라웠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그 숫자는 단순한 제원이 아니라 감각으로 변했다. 타이칸 터보는 소리 대신 전류로 몸을 밀어붙였고, 시트에 파묻히는 압력은 가속이 아니라 순간이동에 가까웠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7초면 충분하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의 푸시 투 패스(Push-to-Pass) 버튼을 누르면 10초 동안 70㎾의 부스트가 더해져 순간적인 폭발력을 경험할 수 있다.

이번 타이칸의 진정한 진화는 숫자보다 지속성에 있다.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 기준으로 주행거리는 65% 늘어나 최대 500㎞까지 달릴 수 있다. 제주의 해안선을 따라 하루 종일 달려도, 충전 걱정은 없다. 800V 초급속 충전은 이제 최대 320㎾까지 지원되며, 10→80%까지 18분(이전 모델 37분)이면 충분하다. "잠깐 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 완충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게 된 셈이다.

◆정밀한 퍼포먼스·강렬해진 디자인

새로운 리어 액슬 모터는 이전보다 80㎾ 높은 출력을 제공하면서도 10㎏ 가벼워졌다. 자기 손실을 줄이는 이중 V 적층 구조와 분할 자석 설계는 마치 고급 시계의 무브먼트를 보는 듯 정교하다.


회생제동 시스템도 완성도를 높였다. 감속 시 에너지 회수량이 기존보다 30% 이상 증가해 최대 400㎾까지 회생 가능하다. 제주 산간도로의 내리막길에서 발끝으로만 제어되는 감속감은 전기차의 한계를 잊게 만들 만큼 자연스럽다.

스타일 포르쉐 전문가들은 임팩트 있는 개선을 통해 타이칸의 깔끔하고 순수한 디자인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었다. 스타일 포르쉐는 프런트와 리어 엔드에 각각 새로운 헤드라이트와 테일라이트를 적용해 타이칸의 깔끔하고 순수한 디자인을 강화하고, 새로운 프런트 윙과 평평한 헤드라이트로 차량의 폭을 더욱 강조했다.

인테리어는 기술적 진화와 인간 중심 설계의 균형을 이룬다. 최신 세대 포르쉐 드라이버 익스피리언스 시스템은 계기판, 중앙 디스플레이,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완벽히 통합돼 있으며, 3D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뷰는 도로와 주변 차량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의 다이얼 스위치로 주행모드를 손쉽게 바꿀 수 있고, 회생제동 설정이나 부스트 버튼을 다이아몬드 버튼에 직접 할당할 수 있다. 기술의 복잡함을 단순하게 그리고 감성적으로 다듬은 결과다.

*마무리하며

제주의 거센 바람을 뚫고 달릴 때 타이칸 터보는 전기차임을 잊게 했다. 그 속에는 여전히 포르쉐가 있다. 회전수 대신 토크 곡선으로 감정을 자극하고, 엔진음 대신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가 귀를 채운다. 포르쉐는 주행의 감각을 아는 브랜드다. 강렬함 뒤에 깔린 정제된 품격, 그것이 이번 타이칸 터보의 진짜 매력이다.

전동화의 흐름 속에서 타이칸은 기술을 감정으로 번역해낸 드문 스포츠카다. 제주 해안도로에서 느낀 정숙함, 산간도로에서 느낀 직관적인 응답성. 이 차는 포르쉐의 철학을 제대로 품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도 포르쉐는 여전히 드라이버의 차임을, 타이칸 터보가 제주 하늘 아래서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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