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중훈, 첫 에세이 ‘후회하지마’에 담아낸 ‘배우’ 박중훈의 시간들

시사위크
배우 박중훈이 첫 에세이 ‘후회하지마’를 출간했다. / 사유와공감
배우 박중훈이 첫 에세이 ‘후회하지마’를 출간했다. / 사유와공감

시사위크|중구=이영실 기자  배우 박중훈이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첫 에세이 ‘후회하지마’로 ‘작가’라는 새 호칭을 달았다. 후회하지 않으려 애썼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이제는 그 후회마저 포용하는 마음으로 40년의 시간을 기록한 그는 “나 자신에게 선물을 준 것 같다”고 의미를 짚으며 새롭게 펼쳐낼 인생의 또 다른 페이지를 예고했다.

박중훈은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뒤 충무로 최고 스타로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 온 40년 차 배우다.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칠수와 만수’ ‘아스팔트 위의 동키호테’ 이후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마누라 죽이기’ ‘꼬리치는 남자’ ‘돈을 갖고 튀어라’ ‘깡패수업’ ‘할렐루야’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황산벌’ ‘라디오 스타’ 등 50여 편에 이르는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의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 

특히 ‘투캅스’ 시리즈를 연이어 흥행시키며 한국 대표 코믹 배우이자 ‘국민 배우’로 자리매김했고, 2013년에는 영화 ‘톱스타’로 연출에도 도전하며 영화감독으로서 새로운 챕터를 열기도 했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의 한 시대를 함께 써온 그는 이제 배우의 언어 대신 글로 ‘영화인 박중훈’의 삶을 새롭게 기록했다. 자전적 에세이 ‘후회하지마’를 통해 ‘작가’로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선 그는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말자’는 삶의 모토를 지니고 스크린 최고 배우에서 ‘국민 배우’로 불리기까지의 애환과 환희,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박중훈은 지난 4일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집필 계기부터 책이 담긴 진심, 그리고 배우로서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계획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배우 박중훈이 첫 에세이 ‘후회하지마’를 출간했다. / 사시위크 DB
배우 박중훈이 첫 에세이 ‘후회하지마’를 출간했다. / 사시위크 DB

-작가 박중훈으로 대중 앞에 서는 소감은.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수많은 작가님께 너무 쑥스럽다. 책을 쓴 사람이니까 작가라는 말이 맞지만 내가 평생 살면서 한 권 이상 더 쓰겠나. 사람 앞날은 모르는 거니까 예단할 순 없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책 같다. 출판사에서 ‘작가님’이라 부르는데 처음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부르는 줄 알고 둘러보기도 했다. 배우라는 호칭을 써왔기 때문에 ‘작가’라는 말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책을 쓴 작가로서 서게 됐다. 

첫 영화가 개봉된 게 1986년 3월이었다. 그땐 모든 게 신기하고 새로워서 설렘이 컸다. 흔히 말하는 도파민이 많이 나온다는 그 느낌처럼 지금도 설레고 행복 도파민이 나오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하다. 연기를 오래 했기 때문에 호평이든 혹평이든 익숙한데 글은 대필하지 않는 이상 자신을 숨길 수 없잖나. 그래서 설렘과 부끄러움이 함께 있다.

2000년도에 ‘박중훈의 세상 스크린’이라는 칼럼을 동아일보에 2년간 연재한 적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1,500자 원고를 썼는데 자판을 두드리는 시간은 서너 시간이었지만 마감 후 일주일 내내 ‘다음엔 뭘 쓸까’를 고민했다. 글을 쓴다는 건 물리적인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의 경험이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글을 쓴다는 건 힘든 일이지만 다 쓰고 나면 수혜자는 결국 자신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1,500자가 아니라 9만 자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썼는데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이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출간 계기는.

“배우라는 직업의 특징 중 하나는 ‘기록된다’는 거다. 영상이나 목소리로 남고 특히 지금처럼 디지털·AI 시대에는 거의 영원히 남는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늘 굉장히 신중한데 글은 인쇄돼 수천 년 뒤에도 누군가 볼 수 있는 기록이라 부담이 컸다. 처음 출판 제안을 받았을 땐 ‘내가 무슨 책을 써?’ 하며 단번에 거절했다. 그런데 차인표가 저녁을 먹다 ‘책 한 권 써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 그냥 지나가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 집요하게 권했다. 예전에 좋았던 기억도 있어서 고민하다가 ‘그냥 해보자’ 하고 시작했다.”

-글 작업을 하며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마주한 순간,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나.

“영화감독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는데 그것은 픽션이잖나. 작가의 세계관이 담기긴 하지만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창작의 영역이라면 이번 책은 내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에 가깝다. 1966년 3월생이니까 곧 예순이 된다. 스무 살에 영화배우가 돼서 40년을 영화와 함께했는데 막연하게 알고 있던 나를 글로 정리하려 하니 정말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기억력이 평범한 편인데 워낙 임팩트 있는 일들이 많아서 날짜까지 또렷이 기억나는 게 많더라. 나도 놀랐다. 또 하나 놀란 건 겉보기엔 자신감 있어 보이지만 사실 자존감이 낮고 스스로 자책하거나 책망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었다. 나 자신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 편인데 글을 쓰면서 ‘내가 이렇게 살아왔구나, 잘 살았든 못 살았든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 자신이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 나 자신에게 선물을 준 것 같다. 자책만 하며 살아왔을 일만은 아니구나. 지금은 책을 쓰기 전보다 자존감이 조금 더 높아졌고 밝아진 것도 같다. 굉장히 좋은 영향을 받았다.”

-출판사에 따르면 ‘한여름 내내 대관령 기슭에 들어가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작업 과정이 궁금한데.

“용평 리조트 안에 집이 있다. 그런데 리조트라고 하니까 뭔가 기름져 보이잫나. 그래서 대관령이라고 했는데 출판사에서 ‘기슭’을 붙여서 마치 사색하는 인간처럼 보이게 됐다.(웃음) 바로 산 바로 밑,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문을 열면 손에 잡힐 듯 산이 보이고 사람이 거의 없어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다. 나처럼 알려진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은 ‘익명성’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알아봐 주는 게 고맙기도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곳으로 간다. 감독이나 작가 중엔 카페 같은 데서 음악을 듣거나 소음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작은 소리에도 집중이 흐트러진다. 귀마개를 끼고 조용히 있는 걸 좋아한다. 그렇게 작업을 하면서 유체이탈을 느낀 순간도 있었다. 훌륭한 감독, 촬영감독, 음악감독, 편집자와 함께 영화를 만들 땐 내 모습이 화면에 나오니 당당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펜과 종이 하나로 나를 드러냈다.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지만 동시에 쑥스럽고 부끄럽다.”

박중훈의 40년 인생이 담긴 에세이 ‘후회하지마’. / 사유와공감
박중훈의 40년 인생이 담긴 에세이 ‘후회하지마’. / 사유와공감

-제목을 ‘후회하지마’로 정한 이유도 궁금하다.

“20대 시절 호기롭게 멋있게 살려고 ‘내 인생에 후회는 하지 말자’고 진짜 많이 썼던 말이다.  요즘 시대 성인지 감수성에 맞지 않지만 당시에는 ‘남자로 태어나 후회는 없다, 반성만 있을 뿐이다’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반성은 잘못을 교훈 삼아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고 후회는 과거 집착적인 비굴한 태도라고 생각해서 내 인생에 후회는 없다 그렇게 살았다. 정말 멋지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나이가 되니 후회되는 게 너무너무 많은 거다. 그렇게 생각했는데도 이렇게 후회되는 일이 많은데 후회까지 하며 살았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만약 하늘이 소원을 한 가지 들어준다면 한 달만 과거로 돌아가 그때의 잘못을 바로잡고 상처 준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20대 때 욱하는 성격이 강했다. 이유 없이 거칠게 군 건 아니지만 내게 시비를 걸면 넘기지 못했다. 주먹을 쓴 건 아니지만 논쟁에서 한마디도 안 지려고 했고 일일이 응징하고 다녔다. 화가 나거나 감정이 올라왔을 때 3만 표현해도 됐는데 천배를 쏟아냈던 것 같다. 분노조절장애는 아니지만 감정의 수위를 조절하지 못한 게 가장 후회된다. 주변에 화를 한 번도 내지 않은 유명한 사람이 두 명 있는데 안성기 선배와 장동건이다. 안성기 선배는 온화하고 아주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장동건은 젠틀하고 배려심이 깊다. 그렇다고 두 사람 모두 감정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자신이 느낀 걸 차분히 드러내는데 하나도 흥분하지 않고 상대가 납득하게 만든다. 마법사다. 반면 나는 표현이 거칠다 보니 논리는 사라지고 감정만 남는 경우가 많았다. 두 분처럼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진심을 전하는 모습이 참 부럽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살았으나 후회되는 일이 많다’는 두 가지 생각이 다 담긴 제목이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행운이라는 게 ‘준비가 기회를 만났을 때’ 오는 거라고 하잖나. 사람마다 타고난 능력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대부분의 결과는 자신이 얼마나 준비했느냐에 달려 있다.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 해도 더 열심히 살 수 있을까 싶다. 다르게 살 수는 있겠지만 지금보다 더 열심히는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안 된 일에는 후회가 없다.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 않는 삶이 진짜 후회 없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이든, 어떤 일을 성취하려는 사람이든, 그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대마초 사건이나 과거 물의를 일으켰던 민감한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담아냈더라. 이유가 있다면. 

“자기 이야기를 할 때 용비어천가만 쓰면 오히려 신뢰가 안 간다. 그렇다고 추악한 부분까지 다 낱낱이 꺼낼 필요도 없지만 나에게는 그 시절의 사건들이 인생에서 굉장히 큰 일들이었고 그 소회를 밝히는 게 이 책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현재와 미래는 말할 것도 없지만 지나온 과거는 결국 내 것이더라. 잘했든 못했든 모두 내가 한 일이기 때문에 이제는 잘 회고하고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있다. ‘시멘트가 콘크리트가 될 때 100% 시멘트만 있으면 부서지지만 자갈과 모래가 섞여야 단단해진다.’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실수를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나에게 자갈과 모래 역할을 해서 콘크리트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지난 실수를 다시 반복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화인으로 살아온 지난 40년간을 돌아보며 어떤 소회를 느꼈나.

“처음에는 ‘신인 스타’라 불렸고 청춘 영화가 히트하니까 ‘청춘 스타’가 됐다. 그러다 어두운 시절 민초들의 아픔을 담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의식 있는 민중 배우’라고 불리기도 했다. 운동권 행사에도 초청받고 의식 있는 배우가 된 거다. 이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사람들이 웃고 싶어 하던 때 내가 거기에 딱 맞았던 것 같다. 그때 코믹 배우가 됐다. 그러다 안성기 선배와 함께 ‘국민 배우’라는 말도 들었다. 내가 의도한 건 아니었다. 40년이라는 세월 동안 시대와 함께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호칭이 따라온 것 같다. 내가 찍은 40편 중 20편은 코미디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내 코믹한 이미지를 더 강하게 기억하는 것 같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지가 강하게 남으면 굴레가 되지 않냐’고 하지만, 반대로 배우 생활을 수십 년 했는데 어떤 이미지조차 남지 않는다면 그게 더 슬플 일이다. 자기복제는 문제지만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는 건 복이다. 나는 웃는 걸 너무 좋아한다. 나를 웃게 해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웃음을 좋아한다. 행복하다고 항상 웃는 건 아니지만 웃을 때는 반드시 행복한 법이다. 행복은 농도보다 빈도라는 말이 있지 않나. 그래서 나는 웃음의 힘을 믿는다.”

박중훈이 배우로서 더 활발한 행보를 예고했다. / 사유와공감
박중훈이 배우로서 더 활발한 행보를 예고했다. / 사유와공감

-앞으로는 어떤 배우로 살아가고 싶나.

“내가 존경하는 한 선배가 배우라는 직업이 참 멋있다고 하는 거다. 왜 멋있냐고 했더니 인생을 한번 멋지게 살아보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흔한 이야기인데 나한테 확 와닿았다. 예술가로서 극 속에서 한 인생을 멋있게 표현하는 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그 말을 듣고 알게 됐다. 인물이 아니라 인생을 표현한다는 게 근사하다고 느껴졌다. 인간의 삶을 예술로 표현하는 일이야말로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느낀 건 관객은 집단지성이 있다는 거다. 연기를 진심으로 하면 관객은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 기술로 넘기려 하면 바로 들킨다. 관객이 제일 정확하다. 진심으로 연기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

-작품 활동 계획도 궁금하다.

“배우 생활을 시작한 지 정확히 40년이 된다. 대략 30년은 배우로, 10년은 영화감독으로 살았다. 연출작은 한 편이지만 두 번째 작품을 하기 위해 계속 영화감독으로 살았다. 그 기간이 나 스스로 진정성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냥 한 번 정도 해보려고 한 게 아니라는 걸 스스로 증명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시국부터 생각했는데 이제는 배우를 하고 싶다. 예전에는 ‘감독을 하려면 연기를 그만해야 한다’고 믿었다. 감독이라는 일에 집중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동시에 병행해도 됐을 것 같다. 배우는 소속이 있는 직업이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면 훨씬 유연했을 텐데 감독을 하면서 배우 일을 딱 끊었다. 계속 배우를 하면서 감독으로서도 내공을 쌓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출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지만 10년 이상 연기를 못하다 보니 굉장히 연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 연기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기가 막힌 연기를 해서 모두를 보내버릴 거야’라는 게 아니라 진짜 마음에 있는 연기를 과장하지 않고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생겼다. 배우로서 큰 행운을 많이 받았다. 내 인생에 배우 생활이 끝나고 영화 인생이 이대로 끝난다면 아쉬움은 있겠지만 한은 없다. 그럴 정도로 행운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첫 번째 금메달을 딸 때보다 더 열심히 할 거라고 강조하고 싶다. 결과는 받아들여야 하지만 훨씬 더 진심을 갖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의 의미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20대 때 청바지 모델을 6~7년 했다. 돌이켜보면 20대 스타가 그렇게 오래 청바지 모델을 했다는 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싶다. 그런데 그때는 왜 나는 정장 광고는 안 들어오지, 정장도 해보고 싶은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때 사람들이 나보고 연기가 가볍다고 했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20대 때 가볍지 않으면 언제 가볍겠나. 20대 배우가 인생의 무기를 짊어진 연기를 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나. 그 나이에 느끼는 게 있는 거거든. 지금 내가 아주 경쾌하고 가벼운 연기를 해야 한다면 20대 배우보다 못할 거다. 그런데 이제 거의 60세가 된 배우로서 삶에 대해 표현하라고 한다면 부담 주지 않고 무겁지 않게 하면서도 깊이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연기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거다. ‘내가 나오면 다 죽었어’ 이런 오만한 생각은 전혀 아니다.”

-데뷔 40년 차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일반적인 관리 정도는 하지만 수술은 안 했다. 기본적으로 운동을 정말 많이 한다. 적으면 일주일에 다섯 번, 많으면 일곱 번, 하루에 세 시간을 한다. 체육관에 가서 스트레칭하고 근력 운동하고 유산소 운동하고 샤워하고 옷 입고 나오면 딱 세 시간이다. 이렇게 하면 안 좋아질 수가 없다. 타고난 신체에서 가장 최상의 상태를 만드는 건 운동이다. 식단도 아주 철저하게 계산한다. 하루 두 끼를 먹는데 칼로리 계산도 하지만 단백질과 신선한 채소의 조합을 고려한다. 내가 오늘 덜 먹었으면 내일 더 먹고 그렇게 조절한다. 친구들과 불량 음식을 먹게 되면 그전에 알짜배기로 먹어놓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해서 오늘은 망가져도 돼 그런 식으로 한다. 또 40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았는데 아침에 체중을 항상 쟀다. 어제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가 나온다. 그런 관리를 쭉 하는 편이다. 배우로서 외형 관리도 중요하지만 운동은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아무리 우울해도 운동할 때는 건강한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운동을 강력히 추천한다. 머리카락은 아버지 덕이 크다. 친가 쪽이 머리숱이 많고 흰머리가 거의 없다. 머리 염색도 안 했다. 친구들이 열받아 하더라.(웃음)”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존경하는 대통령 중 한 분이 김대중 대통령이다. 그분의 책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를 읽고 마치 나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듯한 위로와 용기를 받고 의지를 다졌던 기억이 난다. 이 책도 내 또래보다 지금의 20~30대, 이른바 MZ세대에게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이 사람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꼭 배웠으면 좋겠다. 내 자식들에게도, 젊은 세대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 중장년층에게는 함께 그 시절을 회고하고 나눌 수 있는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필력이 대단하진 않지만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진심으로 썼다는 거다. 맞춤법이 틀리고 띄어쓰기가 엉망이어도 내용은 진심이다. MZ세대가 꼭 이 책을 봐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출판사 관계자들 앞에서 더 강조해서 말씀드리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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