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한국 영화가 7년 만에 초청됐다. 변성현 감독의 신작 ‘굿뉴스’가 그 주인공으로, 배우 설경구·홍경·야마다 타카유키가 함께해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19일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굿뉴스’ 기자회견이 열렸다. 행사에는 변성현 감독과 배우 설경구·홍경·야마다 타카유키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굿뉴스’는 1970년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 넷플릭스 영화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길복순’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성황리에 미쳤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돼 관객을 만난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거장 감독의 신작 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 가운데 감독 혹은 배우가 직접 참석해 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이다. 한국 영화가 해당 섹션에 초청된 것은 7년 만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창의적인 상상력을 최대한 허용하는 이 영화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절묘한 균형감을 유지하면서도 재미의 초점을 놓치지 않는다. 감독 특유의 능청과 유머가 돋보이는 마법 같은 화술의 영화”라고 평가했다.

이날 변성현 감독은 “영화제의 각 섹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됐다고 해서 처음엔 그렇구나 했는데 같은 섹션에 있는 감독님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여기에 내가 끼면 안 될 것 같더라”며 “내가 껴있어도 되는건가 송구스러우면서도 조금 자랑스럽기도 하고 그렇다”고 소감을 전했다.
‘굿뉴스’는 1970년 여객기 납치 사건을 소재로 한다. 변성현 감독은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자체가 코미디 같다”며 “블랙코미디라는 것은 단순히 재미를 주는 게 아니라 날카로움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건이 70년대 벌어진 일이지만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것, 현시대에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소재로 삼게 됐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영화는 하이재킹 사건 자체보다는 그 이후에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 흥미로운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사상 초유의 하이재킹 이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다양한 인물들의 면면을 풍자와 아이러니로 그려낸다. 변성현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제목이 ‘굿뉴스’ 잖나. 뉴스라는 게 결과값이기 때문에 결과값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과정을 창작했다”고 실화와 영화적 상상력 사이 고민한 지점을 전했다.
설경구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부터 ‘킹메이커’ ‘길복순’에 이어 또 한 번 변성현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극 중 아무개를 연기한다. 변성현은 “내가 그냥 (설)경구 선배를 좋아한다. 배우로서도 좋아하고 형님으로서, 선배님으로서도 좋아한다. 그냥 되게 좋아한다”고 설경구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과 네 번째 작업이라 더 고민스러웠다. 보는 분들이 너무 연속이라고 느낄까 봐 고민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불한당’을 했을 때는 변성현 감독의 영화 스타일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그 이후부터 재미를 많이 느꼈다. ‘굿뉴스’라는 스케일 큰 영화에서는 어떤 스타일로 또 보여질까 기대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또 “변성현 감독이 ‘불한당’으로 빳빳하게 피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또다시 구겨버리겠다고 해서 어떻게 구길까 궁금했다”며 “어떻게든 나를 변화시키려고 애를 써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새로운 얼굴을 예고했다.

홍경도 함께한다.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 역을 맡아 출세를 향한 야망을 품은 원칙주의자로 또 다른 변신을 보여준다. 홍경은 “서공명은 실존했고 그 상황에 놓여있던 중대한 인물이었지만 많은 부분을 감독님이 상상력으로 풀어낸 픽션이기 때문에 나 역시 자유도가 있었다”며 “감독님이 써놓은 고명을 어떻게 풀어내볼까 노력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극 중 홍경은 영어, 일본어 연기를 유창하게 소화하며 몰입을 높인다. 변성현 감독은 “홍경은 대사를 입에 붙도록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일본어를 처음부터 공부하더라. 그 열정에 되게 놀랐다”고 홍경의 성실함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홍경은 “그리 월등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낯간지럽다”며 “제작진 덕분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그 시간에 비례하지 못한 것 같아 낯간지럽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영화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홍경은 “가진 게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코미디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러 코미디를 지나다 보면 뒤통수를 때리거나 위안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히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점을 잘 즐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명배우들의 출연 또한 신뢰감을 더한다. 그중에서도 넷플릭스 ‘닌자의 집’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부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전차남’ 등으로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린 야마다 타카유키가 한국으로 급파된 운수정무차관 신이치 역을 맡아 격분하는 감정을 다이내믹하게 보여준다.
야마다 타카유키는 “내가 연기한 인물이 실존한 인물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조사하고 알아보고 현장에 들어갔지만 현장에서는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하고 의견을 나눴고 그 결과 사실적인 모습에 다가가기보다 감독님이 창작한 극 중 캐릭터에 집중하는 식으로 연기했다”고 이야기했다.
한국 제작진과의 협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야마다 타카유키는 “언어는 문화다. 직역하거나 그대로 옮긴다고 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고 어려운 것이 있다”며 “어떤 표현이 좋을지 의견을 내면서 진행했다. 이번에도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배울 기회가 됐다. 앞으로도 여러 나라와 공동으로 작업할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관객을 만난 ‘굿뉴스’는 오는 10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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